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인 요하임 숀펠트의 `네 명의 음악가(Four Musicions)’<사진>는
본전시관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작품이다. 그림형제의 고전동화인
’브레멘의 음악대’를 토대로 재구성하였기에 당연히 원작을 알고 있어야 이해가 더 빠르다
동화 `브레멘의 음악대’의 주인공은 당나귀, 개, 고양이, 수탉이다.
모두 늙고 쓸모가 없어져 주인에게 버림받을 처지에 놓이자 이들은 각자 집을 도망쳐
나온다. 길에서 같은 처지로 만난 이들은 브레멘으로 가서 평소 꿈꾸던 음악대에
들어가기로 의기투합한다.
브레멘으로 가는 도중 이들은 멋진 도둑의 집을 발견하게 되는데,
네 동물이 뒤엉긴 기이한 그림자와 소리에 기겁을 한 도둑들이 집을 버리고
도망을 치자 대신 그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다는 것이 줄거리이다.
작가는 원작에서 등장하는 네 마리의 동물을 응구니(줄루족의) 소와 암사자,
독수리, 공작으로 바꿔 놓았다. 모두 아프리카의 상징동물이거나 서식동물들이다.
이 작품에서는 사운드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서,
작가는 작품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상징하는 악기-튜바나 트럼본, 플루트,
클라리넷, 북 등을 주제로 지인인 음악가 J French에게 곡을 쓰게 했다.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은 아니다.
이 음악은 실제로 화·금·토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한 시간 동안 5~6회 연주된다.
모두 전남대학교 음악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로 구성돼 있다.
해설서에 의하면 오해와 착각에서 발생하는 의사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정작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른데 있는 듯하다.
역피라미드 형상으로 쌓아올려진 동물들의 전체적인 모양이 아프리카의 지형을
닮아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작가가, 아프리카를 상징하는 동물들로
아프리카의 지형을 만들었는데 어떻게 아프리카와 무관할 것인가.
동화 `브레멘의 음악대’에서 네 마리의 동물이 가고자 하는 브레멘은 유토피아를
의미한다고 해석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이상향이 그런 것처럼 네 마리의 동물들은 결국 브레멘에는 가지 못한다.
당연히 음악대에도 들어가지 못했다.
하지만 요하임 숀펠트는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을 `브레멘’으로 설정해 놓고
음악대를 만들어놓았다. 전시장 안에서나마 그들의 유토피아가 구현되기를 작가는
희구했으리라.
전시 총감독이 나이지리아 출신이어서인지 이 번 전시에는 아프리카의 아픔들이
진하게 느껴지는 작품들이 적지 않다.
2전시관의 마지막 작품인 조 렉트리페가 담은 앙골라의 참담함도 그 중 하나다.
아프리카의 총체적인 난제들-기아와 내전, 질병에 대한 음울한 작품들을
만날 때마다 이 땅에 태어나 감사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는데
이런 자신의 이기심이 한편으론 미안하다.
진정한 아프리카의 유토피아를 위하여!
<광주비엔날레 시니어도슨트·광주여대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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