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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순례] 51일차(10.24)_ 청명한 가을날. 듣기 훈련과 같은 오체투지 순례
  글쓴이 : 불교환경     날짜 : 08-10-28 09:26     조회 : 1    

         

 

<51일차(10.24) 소식>

 

- 청명한 가을날. 듣기 훈련과 같은 오체투지 순례 -

 

나 스스로를 낮추며 되돌아보고, 생명의 대지에 몸을 낮추어 소리를 들어보고, 한 걸음 한 걸음에 상처 입은 국민의 평온을 위한 기도 순례였습니다. 비록 육신은 힘들다지만, 우리 사회와 국민은 이보다 더 많은 고통을 겪었고, 우리 스스로 있어야 할 자리에서, 스스로 해야 할 일을 하였을 뿐입니다. 그렇기에 희망을 만들어가는 것은 순례단이 아니라 이 자리를 만들어 준 당신입니다.

 

<보이는 계룡산과 들리는 자연의 소리>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아래 멀리 계룡산이 보입니다. 지리산 노고단을 출발한 지 이제 51일이 된 순례길에 드디어 올해 회향 지점인 계룡산이 보입니다. 비록 아스팔트 차도이지만 계룡산이 보이니 순례단 모두의 마음이 가벼워집니다.

 

 

하지만 계룡산이 눈앞에 왔다는 사실에 조금 들뜬 마음을 차분하게 하려는 듯, 오늘 아침 순례단은 출발지점을 혼돈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눈에 뛰는 이정표 없이 길을 가다보니, 비슷한 버스정류장을 하나 지나고 나서야 출발지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약 1km를 다시 되돌아왔습니다.

 

 

순례 출발 시간에 주변 숲에서 새들의 지저귐이 다양하게 들렸습니다. 이른 아침이어서 국도에는 차량이 별로 없어서인지 새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듯 하였습니다. 매일 같이 차량의 굉음을 듣다가 사방이 조용한 상황에서 새들의 지저귐은 참 아름다운 소리였습니다. 아쉽게도 우리 사회는 자연의 소리보다 사람이 내는 소음에 더 익숙합니다.

 

더욱이 이제는 국민이 듣고 싶지 않은 권력의 소리를 강제로라도 듣게 하겠다는 사람들이 있으니, 세월을 거꾸로 돌리려는 발상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 참 딱하고 애처로울 뿐입니다. 그런 소음 대신 이처럼 아름다운 아침에 듣는 새소리를 글로 전할 수 없어 안타깝습니다. 자녀들과 함께 가족이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소리를 듣는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의 소리에 익숙해질 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평온해 질 것입니다.

 

<속도의 경쟁을 벗어나며>

오늘도 아침 출발은 간소하였으나, 오전 순례가 끝날 무렵에는 제법 많은 참여자가 함께 하였습니다. 오늘 참여하신 분 중에는 특이한 분이 계십니다. 제주도에서 오신 정동수 선생님. 올해 초 ‘한반도 운하’와 관련하여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의 4대강 순례에도 자주 참여하였던 정동수 선생님. 매번 순례마다 샌들을 신고 다니시는 분입니다.

 

 

정 선생님은 “오체투지는 마치 듣기 훈련 같다”면서, “숨소리, 자연의 소리, 양심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는 것이다. 제게는 여러 가지를 들으면서 관찰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고 있다. 또 언어나 문자가 아닌 몸으로 보여주는 세 성직자의 강력한 표현, 혹은 외침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정 선생님은 “우리나라는 정치, 종교, 사회, 정치 등이 모두 거짓과 위선으로 포장 되어 있고, 이것의 바탕은 돈이다. 너무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노구의 정선생님은 순례 속도에 힘겨워하면서도 하루 종일 오체투지로 길을 함께 하였습니다. 힘들지 않으시냐는 진행팀원의 물음에 그냥 ‘허허’ 하고 웃으실 뿐이었습니다.

 

오늘 이른 아침 서울을 출발하여 순례단을 찾아오신 분 중에는 전종훈 신부님을 뵈러 오신 분들이 있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정수리에 땀이 차고 거친 호흡으로 오체투지 순례를 하는 전종훈 신부를 보시더니 눈물만 보이고 아무런 말도 못합니다.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이지만 날은 쌀쌀하기만 하였습니다. 더욱이 버스를 이용하여 숙박하는 세분 성직자의 몸 상태는 우려됩니다. 감기가 소식도 없이 몸에 들어왔다 하는 분도 있고, 수경 스님은 여전히 쉬는 시간 무릎에 진통제를 바르고 추운 날씨에도 얼음 주머니로 열을 가라앉히고 있습니다.

 

 

오늘 오전 순례. 제주에서 오신 분도, 대구에서 참여한 아버지와 아들도, 서울에서 오신 분들도 함께 푸른 하늘아래 계룡산을 바라보며 몸을 낮추었습니다. 너무나 오만한 권력 앞에 상처받고, 이제는 경제가 반 토막 난다 하여 상처받고, 사람의 자존을 찾을 수 없게 하는 염치없는 특권 앞에 상처받은 국민을 위해 순례단이 할 수 있는 기도뿐입니다.

 

 

오늘 오전 순례를 끝으로 순례단은 9월 17일 산동면 이후 진입하였던 큰 도로(국도)를 벗어나 지방도를 이용하여 계룡산 신원사 중악단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이제야 미친 듯이 달리는 속도의 경쟁과 굉음에서 무사히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쌀쌀해진 날씨>

많은 분들이 함께 하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조촐하였던 순례단이 오후 출발부터 북적입니다. 서울에서 녹색연합 관계자들과 전주 평화동 성당 신자들, 전교조 전북지회 등 단체로 참여하신 분들도 계시고, 개인적으로 참여하신 분들도 계셨습니다.

 

 

날은 참 춥습니다. 이제 가을 날씨는 아무리 청명한 하늘에도 구름 속에 들어가면 춥다고 느낄 정도가 되었습니다. 비가 온 이후 급격하게 낮의 기온도 떨어지고, 밤에는 매우 쌀쌀한 날씨를 느낄 정도입니다.

 

 

구름 한점 없던 청명한 가을 하늘이 오후부터 급격하게 구름이 많은 쌀쌀한 날로 바뀌었습니다. 점심 식사 이후 오후 출발을 기다리는 시간, 하늘은 어둡기만 하고 바람은 세차게 불어오니, 가을 옷 하나 입은 것이 속상할 지경이었습니다.

 

이제 오후 순례 중 해가 높게 뜬 시간에도, 휴식시간에는 모포를 이용하여 체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세분의 성직자들은 몸은 피곤하지만 ‘땀이 식으면 더 힘들다’며 ‘짧게 쉬고 어서 길을 가자’고 재촉하기만 합니다.

 

 

오늘 오후는 신원사 방향으로 진입하는 상월면을 통과하였습니다. 바닥을 기다시피 하면 진행되는 오체투지를 보시는 동네 어르신들. 표정이 다양하십니다. 길가 논에서 일을 보시던 아버지. 배추 하나 들고 가시던 어머니. 할 말을 잃고 바라볼 뿐입니다.

 

 

오늘 순례는 계룡산이 눈앞에 아름답게 보이는 논산시 상월면 상월교에서 종료되었습니다. 순례단은 이제 신원사 방향으로 나아가며 마지막 남은 2일간의 기도 순례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어제 순례단에 경로를 확인하는 문의 전화가 왔습니다. 출발 장소를 문의하시더니, ‘아침 미사가 몇시인지’를 확인합니다. 문규현 신부님이 진행하는 아침 미사는 ‘매일 아침 5시 30분’이라는 답변에 ‘너무 멀어 참석은 힘들고, 순례에 아침에 결합하도록 하겠다’ 하시었습니다. 멀리 대구에서 오셨다 합니다. 듬직한 아들 박송은 학생과 함께 참석하신 박성수 님은 “그 동안 생각만 하고 살았습니다. 각자 자기 몫을 못하기 때문에 좋은 세상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 몫을 하고자 왔고 아들에게도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고 싶어 참여했다”고 합니다.

 

 

오체투지를 직접하면서 “진행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고 하신 후, “우리 정부는 국민들의 의견을 너무 모른다.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만 정치를 하려고 한다”고 안타가워 하시면서, “적어도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올바른 사람의 길이 열리겠죠. 오체투지가 세상을 바꾸어 주기를 바란다”고 희망하였습니다.

 

 

서울에서 오셔서 어제와 오늘 참여하신 문병원 선생님은 “연로하신 분들께서 애쓰시는 모습에 마음이 아파서 왔다”면서, “그래도 이분들의 생각은 적어도 광화문에서 물대포에 쓰러지는 군중들, 두려워하며 막는 전경들 그리고 촛불 들을 위로하기 위한 마음이 컸을 것”이라고 합니다. “또 지극한 마음으로 반성하고 스스로를 바꾸어야 세상에 울림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하셨을 것입니다. 저도 땅에 엎드려 보니 제가 땅에 위로를 받는 것 같습니다. 성직자분들의 뜨거움 마음도 전달 받은 것 같구요.”라고 하십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송희철, 정재권, 윤병일(서울) / 곽문진(대구) / 문정현 외 1명(평화바람) / 강정근 신부(미리내 성당) / 안승길 신부(부론성당) / 문병원(서울) / 정동수(제주) / 박성수, 박송은(대구) / 황선옥, 박선숙, 윤경순(서울 수락산성당) / 김지성, 김용남(전교조전북지부) / 최승국, 김제남 외 4명(녹색연합) / 법안 스님 외 3명(실천승가회) / 황의옥 외 22명(평화동 성당) 등이 함께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10월 25일(토) : 상월면 신원사 방향 691번 도로 진입지점 - 691번 지방도 신원사 사거리 1km 전 상도교회 인근 새동네(종료)

● 10월 26일(일) : 691번 지방도 신원사 사거리 1km 전 상도교회 인근 새동네 (시작) - 신원사 중악단 / 2008년도 회향 행사(종료)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윤경순, 황선옥, 박선숙(수락산성당) / 민족의화해와통일을 위한 종교인협의회 / 논산시민 / 전교조 전북본부 / 오형수(공공노조) / 이순성 신부(끌나레) /상월면 지경1리 노인회관 등에서 후원에 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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