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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순례] 36일차(10.9)- 순례단. 수확하는 농민의 마음을 배웠습니다. |
글쓴이 : 불교환경 날짜 : 08-10-10 10:29 조회 : 2 |
![]() - 순례단. 수확하는 농민의 마음을 배웠습니다.- 수확의 계절입니다. 봄부터 온갖 정성으로 일군 농민의 땀방울이 결실을 맺는 시기입니다. 온전히 거짓 없는 노동으로 삶을 유지하고 세상사를 열어가는 농민은 햇살과 비와 바람 같은 자연의 섭리를 인정합니다. 자연의 섭리를 거부할 수 없듯이, 민주주의 역사 자체를 후퇴시키는 행위는 무엇으로도 용납될 수 없을 것입니다.
<수확의 계절> 순례단은 오늘 봉동읍 치안센터 앞에서 하루를 시작하였습니다. 이후 799번 도로를 따라 계속 전북과학산업단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부터 순례단이 지나는 799번 도로. 참 여유롭습니다. 간혹 빠른 속도로 다가와 말없이 사라지는 화물차량과 승용차들도 있지만, 17번 국도의 당혹스러울 정도의 분주함에 비하면 오늘은 그야말로 평온하였습니다. 차도는 왕복 6차선에 갓길마저 여유가 있으니, 지금까지 지나온 도로 중에서 가장 여유로웠다 하겠습니다. 순례단이 출발지인 치안센터 앞을 떠나 읍 소재지 주민의 호기심어린 시선과 함께 완주고등학교를 지나 읍 소재지를 벗어난 이후, 하루 종일 높은 가을 하늘과 수확하는 농민의 마음이 순례단과 함께 하였습니다. 하늘 참 높더군요. 덕분에 다시 한번 가을 햇살의 따가움을 만났습니다. 하지만 순례단이 잠시 가을 햇살의 따가움을 탓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옆에는 1년 농사를 수확하는 농민들의 분주한 손길이 항상 함께하였기 때문입니다. 순례단 옆 넓은 도로 한 갓길을 이용하여 수확한 벼를 말리는 농민의 손길이 분주합니다. 차도에서는 보통 3일정도 말리는 벼를 뒤집기 위해 분주히 오가고, 논에서는 작업을 위해 기계가 진입할 지점을 만들기 위해 분주합니다.
쌀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여든 여덟 번의 농부의 손길이 간다 합니다. 쌀을 뜻하는 한자 미(米)자를 풀어보면 八十八이란 글자로 되어 있습니다. 이른 봄부터 농민들은 씨앗을 고르고, 논두렁을 손보고 논갈이를 합니다. 그리고 때에 맞추어 볍씨를 뿌려 못자리를 만들고, 모내기를 하며 물대고 물빼기를 반복하고, 여름 장마와 가을 태풍을 이겨내야 수확할 수 있습니다. 병충해에는 농민 마음도 같이 타들어간다 합니다.
또한 햇살과 달빛, 비와 바람, 천둥과 기온이라는 자연의 순환과 기운이 벼를 자라게 하고, 이와 함께 농민의 정성이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먹는 한 알의 밥에는 이러한 농민의 정성과 이를 가꾸어 온 자연의 섭리가 들어있습니다. 그렇기에 곡식 한 알에도 자연과 우주가 있다 했습니다. 그러한 자연의 논리를 따르는 사람들은 땅의 기운을 거스르지 않고, 힘의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더불어 공존할 뿐입니다. 오늘 순례단은 오랜만에 여유가 있는 도로를 따라 간 것이 아니라, 가을걷이가 한창인 농지 옆을 따라 농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자연의 섭리를 마음속에 담으면서 하루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오늘 순례단은 봉동읍 치안센터를 출발하여, 봉동읍 은하리 인근에서 오전 일정을 종료한 이후, 전북과학산업단 내 공원에서 점심식사를 하였으며, 다시 오후 일정을 계속하여 완주지방산업단지 현대자동차 건너편 SK 주유소까지 이르러 하루 고단한 순례길이 종료되었습니다. 종료지점에서는 인근 타이어 가게와 천막 가게 주인분들이 도로변에 나와 박수를 치며 격려하여 오늘 마지막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셨습니다. <순례단. 예기치 못한 손님을 만나다.> 순례길에서 예기치 못한 일을 만날 때 당혹스러움도 있지만 알게 못하는 미소가 번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이 그러했습니다. 모두 순례단에 향하는 관심이었고 격려였기에 더욱 감사했습니다. 오늘 아침 순례단이 봉동읍을 출발하고 완주고등학교를 지나 봉동읍 외곽 799번 도로를 만나는 교차로 지점을 지나던 시간이었습니다. 왕복 6차선 도로 건너편 철물자재점에서 어느 중년 남성이 도로를 건너와 중앙선 인근의 안전지대로 들어섰습니다. 이른 아침 시간인데로 일을 하다 나왔는지 작업복 차림에 빨간 목장갑을 낀 분이었습니다.
한창 오체투지로 길을 가던 순례단을 향해 박수를 치며 ‘힘내라.’고 격려를 합니다. 길을 가야 하는 순례단의 몇몇 참가자와 진행요원이 말없이 미소와 목례를 하고 그 앞을 지나자, 말없이 지켜보던 그 아저씨 돌연 순례단 후미에 결합합니다. 그러더니 함께 오체투지를 합니다. 이한표(완주)님은 “TV에서 본적이 있어서 저도 한번 참여하고 싶었어요. 볼 때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힘드네요.”라며 갑작스런 오체투지 참여 소감을 말씀하셨습니다. 지역 공동체 활동을 하시는 순례 참가자 분들이 ‘참 순한 사람이다’라고 소개를 덧붙입니다. 이한표 선생님은 “순례 참가자들이 어려움을 감내하고 순례하시는 것은 몸자보에 쓰여 있는 것처럼 정말 사람과 생명, 평화를 위해 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다른 것은 잘 몰라요. 하지만 지도자들은 지도자답게, 농민은 농민답게, 성직자들은 성직자답게 사는 것이 세상을 올바르게 만드는 길.”이라고 하셨습니다. 이한표 선생님은 오전 구간 그렇게 말없이 오체투지 참여로 순례단과 함께 하였습니다.
또 다른 일도 있었습니다. 순례단이 완주군 종합복지관 인근을 지나던 시간. 순례단의 수경 스님이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길게 쉬면서 얼음찜질로 무릎의 고통을 달래고 다시 출발을 준비하던 시간. 선두차량 앞으로 갑자기 벤츠 차량 한 대가 돌집하다시피 급히 정차를 합니다. 그리고 운전석이 열리면서 운전자가 내려 뒷 좌석을 열더니 박스 하나를 들고 선두차량으로 다가옵니다. 벤츠 운전자는 무슨 일인가 하여 다가간 진행팀원에게 ‘음료수 받으세요’라고 하면서 이온음료 한박스를 건네고 다시 돌아섭니다. 급히 다가간 진행팀원이 이름이라도 알려달라고 하자, ‘고향이 인근이라 방문하였다가, 돌아가는 길이다. 좋은일 하시는데 마시고 힘들 내세요.’라며 이름도 밝히지 않고 차량을 타고 떠납니다. 그 짧은 시간. 순례단 후미에서는 벤츠 차량이 왜 순례단 차량을 가로막고 있는지 궁금해 하고, 순례단 선두에서는 그분이 전한 따뜻한 마음을 들고 말없이 서 있었습니다. 선두차량 후미에서 출발을 기다리던 세분 성직자. 출발에 앞서 그 소식을 전하니 그냥 말없이 미소 짓습니다.
갑작스럽다는 것은 사전적으로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이 급하게 일어난 데가 있다.’라는 말입니다. 권력자의 갑작스러운 사과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었지만, 일상의 우리 이웃들은 갑작스러운 방문을 통해 ‘희망을 만들고 싶은 함께하는 마음’을 남겨놓고 갔습니다. 모두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걱정되는 수경스님 무릎상태>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수경스님의 무릎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요 근래 무릎 상태가 많이 좋지 않아, 자주 소식을 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오전 순례 시작 얼마 되지 않은 시점부터 쉬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얼음주머니로 찜질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전 내내 얼음주머니를 달고 순례를 하시던 수경스님. 쉬는 시간에 도리어 두분 신부님과 미소를 뛰고 이야기 합니다. 진행팀원이 신부님들께 ‘이러다 밀차를 준비해 스님 모셔야겠습니다.’라고 이야기하자, 신부님들 말없이 미소만 짓습니다. 수경스님이 아픈 다리를 끌고라도 오체투지 순례를 가고자 하는 마음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걱정하지 마. 어떻게든 우리가 같이 갈 수 있도록 할게.’라는 문 신부님. 오랜 길바닥 도반의 아픔을 한참 살펴보더니, 말없이 수경 스님의 무릎에 진통제를 바르기만 합니다. 전종훈 신부님 역시 얼음주머니를 대고 찜질을 할 뿐입니다.
무릎이 좋지 않은 수경스님은 최근들어 오체투지를 할 때마다 부쩍 신음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대지에 몸을 누이고 이를 들으면서도 내색하지 못하는 문규현 신부님과 전종훈 신부님의 마음 고생이 눈에 보일 것 같습니다. 수경스님은 지난 9월 초 오체투지 순례 출발에 앞서 ‘인간의 걸음이 생명의 질서를 거스르는 폭력과 야만의 문명을 상징한다면 그 인간의 걸음을 반하는 오체투지에서 사람의 길을 찾겠다. 세상에서 가장 힘겹고 외로운 누군가가, 땅바닥에 엎드려 자신과 같이 어깨를 들썩이는 걸 알고 작은 위안이라도 얻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희망하였습니다. 세상살이가 힘겹다고, 시대를 거꾸로 돌리려는 모습에 화가 나고 대응할 수 없어 힘겹다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다 희망하였습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오늘 순례단 진행팀의 마웅저(버마) 선생님이 하루 종일 오체투지로 하루를 순례하였습니다. 그동안 순례단 진행팀에서는 이규창님이 오체투지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마웅저님은 하루가 끝나고 소감을 여쭈니, “직접 해보니 힘드네요. 그 동안 눈으로만 봤기 때문에 실천을 통해 배우고 싶었다.”며, “두달동안 이것을 하라고 하면 어려울 것 같다. 보통 마음으로는 힘들 것 같다.”고 하면서 “(그동안 익숙하던 투쟁방식으로 본다면) 대상이 없기에 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무 어렵습니다. 목표가 없어 가까울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더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무(無)처럼 마음을 비워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생각하면 너무 힘듭니다.”라는 소감을 밝혔습니다.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마웅저님은 “오체투지를 통해 평화의 길을 찾고 싶었어요. 만일 제 친구나 버마 국민들이 본다면 받아들이기 힘들 것입니다. 왜냐하면 버마의 운동방식이 투쟁일변도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군부독재 타도만을 이야기 하였지만, 우리 내부의 문제는 도외시 하였습니다. 하지만 오체투지는 우리의 잘못과 실수를 반성하고 나아가 바른 길로 변화할 수 있는 좋은 운동방식입니다.” 그러면서 마웅저 님은 ‘버마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캠페인이 필요합니다.’라며 ‘버마에서도 이런 방식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버마에 가면 나중에 꼭 시도해 보겠습니다. 군부독재와는 무관하게 나와 우리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싶습니다.”고 하십니다. 마웅저님이 2003년 처음 한국의 NGO(함께하는 시민행동)에서 활동을 시작할 때도, ‘배신자’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비판받았지만, 지금은 함께하는 사람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합니다. 마웅저님이 뜻한 꿈들이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청주에서 오신 조완주(청주)님은 “저는 저 자신을 다시 생각해 보기 위해 왔습니다. 오체투지를 해보니 육체적 고통이 많이 따른다.”고 하십니다. 운수업에 종사하시는 조완주 님은 하루 휴가를 이용하여 순례에 참여하였다 하시며, “사회적 문제 등 세상에 대해 말씀드리기 어려운 것이 제 자신을 돌아봐야 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천륜이나 인륜에 위배되지 않고 사는 것이 사람들이 가야 할 길이 아니냐.”며 길을 제시하였습니다. 지나가시다가 순례단을 보고 유모차를 끌고 가족이 참가한 이현성(전주) 님은 “성직자들께 죄송했고 세상이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또 나중에 2살짜리 딸아이에게 너도 참여했노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며 참여한 이유를 말씀하셨습니다. “역시 문제는 소통이겠죠. 누군가 자유가 무너지는 것이 순식간이라고 했듯이, 표현의 자유나 개인적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습니다. 국민의 뜻에 따라 나라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힘주어 말씀하셨습니다.
‘위정자들은 사람들을 사회적 도구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정용순, 아중성당)’는 어느 참가자의 말처럼, 지금도 위정자들은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방법만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철지난 낡은 이념대립 구도로 국민을 또 분열시키려 하는 모습에, 연민의 눈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이 나라의 주인이 아니고, 바로 국민이 주인이기에 국민 노릇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송희철, 정재권, 윤병일(서울) / 안승길 신부(원주 부론성당) / 강정근 신부(안성 미리내 성지) / 정준식(이천) / 김형근, 최정옥, 이규현, 김지연, 이재청 외 명(평화동성당) / 한성수(순천하늘씨앗교회) / 김광철 목사(구례 수평교회) / 정용순(전주아중성당) / 조완주(청주) / 김운주, 이현성 외 2명(전주) / 조태경 외 1명(고산산촌유학센터) / 이한표(완주) / 장상호 신부, 국은미 외 2명(봉동성당) 등이 참여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10월 10일(금) : 전주 현대자동차공장 건너편 SK주유소(시작) - 호남고속도로(종료) ● 10월 11일(토) : 치명자산 성지 입구 -성지 /11시 미사(오전~점심까지만 순례 진행) ● 10월 12일(일) : 휴식 ● 10월 13일(월) : 호남고속도로 요금소 인근(시작) - 쑥고개 정상(799번도로. 종료) ● 10월 14일(화) : 쑥고개 정상(799번도로. 시작) - 여산면 초입 교창3거리(종료) ● 10월 15일(수) : 여산면 초입 교창3거리(시작) - 여산면 마전R SK주유소(종료) ● 10월 16일(목) : 여산면 마전R SK주유소(시작) - 연무읍 농협 인근 SK주유소(종료) ● 10월 17일(금) : 연무읍 농협 인근 SK주유소(시작) - 은진면 연서리 방축교(종료) ● 10월 18일(토) : 은진면 연서리 방축교(시작) - 논산시 부당산4R 부영APT인근(종료) ● 10월 19일(일) : 휴식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최종수 신부님께서 점심식사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봉동성당에서 오신 국은미님께서 음료수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전주에서 오신 이현성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완주군 용담마을 대성천막에서 후원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전주 우리치과 김운주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온라인으로 박인국, 김정화, 유영우, 생명평화마중물, 박시원, 최경관, 황미용, 김효숙, 이연숙, 박춘옥, 백영애 선생님이 후원금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순례 수정 일정과 수칙은 http://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