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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순례소식(26일차/9.29)- 비오는 가을 날. 사제와 스님은 자벌레처럼 땅을 기었습니다. -
  글쓴이 : 불교환경     날짜 : 08-09-30 10:58     조회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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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 가을 날. 사제와 스님은 자벌레처럼 땅을 기었습니다. -

 

오전에는 비가 내렸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청명한 가을 하늘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그 여정에 자벌레처럼 몸을 움츠리며 내 안에 있는 어리석음을 내려놓고, 다시 한 걸음을 걸으며 국민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우리가 잊었던 땅의 소중함을 되새기듯이, 어머니 품과 같은 국민의 마음과 아픔을 헤아려봅니다.

 


<땅을 기어가는 자벌레 한 마리가 늘었습니다.>
자신 있게 출발한 오체투지 순례. 그러나 금새 온 얼굴에 땀이 배었습니다. 비인지 땀인지 모를 물방울이 얼굴을 타고 흐릅니다. 오후 햇살이 비추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도 벌써 콧등에는 땀이 송글 송글 맺히고, 숨은 가빠오기 시작합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육중한 체형임에도 내리막길에서 진행하는 오체투지에 숨이 가빠오는 것을 숨기기 힘듭니다. 하루 일정이 마무리 되어질 시점에는 땀이 빗물처럼 얼굴을 타고 흐릅니다.
 

벌써 26일이나 오체투지 순례를 진행한 다른 두 분의 성직자에 비해, ‘나는 늦게 합류하였지만 더 건강하니 걱정하지 마라’던 중년의 한 사제가 오늘 하루 종일 그렇게 힘들게 땅을 기었습니다. 몸은 힘들고 지치지만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편하다 합니다. 단 한번의 오체투지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자벌레처럼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볼 수 있기에 마음은 더없이 평화롭다 합니다.

오늘부터 순례단에는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전종훈 신부님이 함께 합류하였습니다. 전종훈 신부님은 1990년 사제 서품을 받고 올해로 17년째. 그동안 전곡성당, 염리동 성당, 수락산 성당 주임신부였으나, 지난 8월 21일 ‘이례적’인 안식년 발령을 받았습니다. 애초 지난 9월 4일 순례 첫날부터 참여할 예정이었으나, 사제단의 통일미사 등 방문사업과 관련한 업무가 있어, 이제야 순례길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전종훈 신부님은 지난 7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제는 삶으로 말할 뿐이다. 어떤 것도 우리에게는 영화가 아니다. 우리에게 영광은 하느님에 대한 영광 뿐이지, '내'가 누릴 영광은 사제에겐 없다. 그래서 세상의 눈으로 보면 늘 바보 같은 짓, 뻔히 지는 줄 아는 싸움을 한다. 그걸 신앙의 언어로 '십자가의 길'이라고 한다. 사제라는 인생이 가야하는 길이 있다. 그 길이 곧 사제의 인생이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지금 여기 한 없이 자신을 낮추어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겸허히 돌아보는 과정 역시 사제의 길이라 합니다.

하루 순례 이후, 무거워진 몸에도 불구하고 넉넉한 미소로 사람들을 반깁니다. 그러면서 ‘이제야 마음껏 웃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과거에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육체는 힘들지만, 정신이 맑아지니까 즐거움이다. 세상에서 제일 큰 즐거움은 내가 나를 알아간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은 내가 나인지 스스로 확인하는 작업이다. 그것을 우리는 기도라고 한다. 내가 나를 제대로 알 수 있을 때 비로소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전종훈 신부님으로 인해 순례단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지혜를 하나 더 배워갑니다. 자벌레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몸을 한번 움츠린 다음 앞으로 나아갑니다. 오체투지 순례 역시 한 번의 움츠림에서 자신의 몸을 낮추며, 앞으로 나아가는 한 번의 발걸음에서 평화를 찾습니다. 우리의 순례가 갑갑한 세상을 한 번에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한 걸음 한 걸음에 함께하는 마음 역시 늘어갈 것입니다.

<날씨가 변덕스럽다 합니다.>
일요일 밤. 하루 휴식을 마치고 숙소로 귀가하던 진행팀은 모두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비가 온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일요일 밤부터 비가 내려 오늘 진행이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침나절에도 비가 계속 내리고, 순례단은 오전 내내 비를 맞으며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오늘부터 오체투지에 합류하는 전종훈 신부님은 비가 오니 마음은 시원하다 하지만, 내리는 빗줄기에 오체투지를 하기는 쉽지는 않습니다. 전종훈 신부님 뿐만 아니라,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 스님 역시 휴식시간마다 빗물을 짜내기에 급급합니다. 한번 물을 먹은 몸자보와 보호대는 천근만근의 무게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오전 순례에 함께 참여하신 나이 지긋한 할머니(관촌 공소의 천주교 신자) 한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에 가슴아파하며 고개 숙여 기도를 드릴 뿐이라 합니다.

 

비는 오는 상황에 도로는 더 갑갑하기만 하더군요.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큰 덩치의 트럭들이 굉음을 내며 접근하였다가 다시 한바탕 물줄기를 날리고 멀어져 가는 상황은 여전히 당혹스러운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전종훈 신부님은 쉬는 시간마다 ‘형들이 먼저 앞장섰으니 피곤할 것이다’며 연신 수경스님의 어깨를 주물러 주기만 합니다. 그리고 문규현 신부님과 함께 담소를 나눕니다. 굉음을 내며 달리는 차량과 내리는 빗속에서, 짧은 시간의 휴식 시간마다 전종훈 신부님과 다른 두 분의 성직자는 여전히 평화스럽게 명상을 진행하고, 담소를 나누며, 서로의 몸과 마음을 다독이며 순례길을 나아갑니다. 그렇게 비 오는 길가에는 서로 다른 종교를 가진 성직자들이 함께 평온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을 찾고 또 찾고 있습니다.
 

한참 내리던 비는 점심 무렵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바로 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점심 식사 이후에는 비 구름은 찾아볼 수 없고, 완연한 가을 하늘이 내려다 보이는 산길에서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오후시간 들어 급격한 날씨의 변동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지 전종훈 신부님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히고, 호흡은 점검 거칠어졌습니다. 진행팀이 첫날부터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는 질문을 하면, 여전히 ‘좋다. 정말 좋다. 그동안 갑갑하였는데 참 좋다’고 하며 기운을 내곤 합니다.

아침에는 비를 맞고 오후에는 가을 햇살을 맞으며 길을 나섰지만 마음은 평화롭기만 합니다. 오전 내내 내렸던 빗줄기가 도로의 분진을 씻듯이 우리의 어지러운 세간살이를 청정하게 하고, 국민의 마음속에 있는 근심을 씻어주고, 오후에 순례단을 맞이한 가을 햇살의 청명함처럼 평온한 하루가 되었기를 기대하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오늘 순례는 원룡암 인근에서 종료되었습니다. 내일은 이곳에서 죽림온천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진행팀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이창건 님은 늦은 나이에도 여전히 대학생입니다. 그래서인지 “늦은 나이에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제들이 예상됩니다. 이 기회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그로인해 삶의 활력을 위한 에너지 충전은 물론 여러 가지 배움의 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진행팀에 합류했다.”고 합니다.

이창건 님은 “몸자보 뒤쪽의 기도라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았다.”며, “일전에 스님께서 지금이 때고, 길은 만들어 가면 된다고 하셨기에 길에 대해 뭐라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정치적인 측면에서 사람의 길이란 광우병쇠고기 수입 정책에 대한 반대, 생명의 길이란 대운하 저지, 평화의 길이란 그릇된 대북 정책의 반대라고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사람의 길이란 자신의 길을 충실히 가면서 이타적 삶을 사는 것이 사람의 길이다.”고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셨습니다. 이창건 님은 순례단 후미에서 차량을 통제하고, 밤에는 순례자들의 뭉친 근육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오늘 한강네트워크주비위원회 구성원과 함께 참여한 이항진(여주환경운동연합집행위원장)님은 “성직자분들은 길이 무엇인지 알고 묵묵히 지키고 계시면서 그 중심을 우리가 딛고 있는 땅을 화두로 이끌어 내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다른 의미는 종교가 다른 분들이 함께 하시는 것은 곧 평화를 의미하겠지요. 땅도 모양이 다 다른데 이곳에 오체투지를 하는 것도 평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속에서 몸을 힘들게 하면서 우리사회를 어렵게 만들 것에 대한 성찰이 이루어진다.”고 순례의 대한 의미를 부여하셨습니다. 또 “우리사회의 문제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나밖에 모른다는 것이지요. 이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해와 어울림이 필요하고 서로 인정하기 위한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김경희(신덕면 풍물패)님은 “(오체투지는)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 해야 할일을 대신 하시는 것이겠지요. 다시 말해 남을 배려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성직자들이 몸소 나서시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역지사지의 정서가 깔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곳에 사람, 생명, 평화의 길이 있는 것 같다.”고 힘주어 말씀 하셨습니다. “전에 문규현 신부님께서 ‘가망이 없어지더라도 한 사람만 마음의 변화를 줄 수 있다면 한다’고 하셨어요. 또 ‘이로 인해 그릇된 국책사업을 하겠다는 마음을 쉽게 낼 수 없다면 그 자체가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하신 것처럼 성직자들의 오체투지 순례는 커다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하셨습니다.
 

순례단은 순례 끝에 무엇이 있을지 모릅니다. 다만 한 걸음 한 걸음에 한 사람의 마음이 변하고, 그 변화가 서로와 서로에게 하나의 울림으로 다가서기를 소박하게 기대할 뿐입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송희철, 윤병일(서울) / 김형근(평화동 성당) / 이재윤, 이금례(평화동 성당) / 최봉규, 조영자(관촌공소) / 정우식(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이항진(여주환경운동연합집행위원장), 정명섭(강원의제21사무처장), 이광우(한국csd대외협력위원장), 배병호(생태연구회 사무처장), 강우식(맑은한강보존주민연대기획위원) - 한강네트워크 주비위원회 / 김영식(안동교구) / 송년홍 신부, 정준형 (전주교구) / 김경희, 김계선, 장길성(신덕 풍물패)님 등이 함께 순례를 진행하였습니다.

<일정 안내 -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
● 9월 30일(화) : 완주군 상관면 원룡암 입구(시작) - 죽림온천 입구(종료)
● 10월 1일(수) : 죽림온천 입구(시작) - 상관면 신리교차로(종료)
● 10월 2일(목) : 상관면 신리교차로(시작) - 전주시 완산구 안적삼거리(종료)
● 10월 3일(금) : 전주시 완산구 안적 삼거리(시작) - 전주시 아중역 입구(종료)
● 10월 4일(토) : 전주시 아중역 입구(종료) - 전주시 호성사거리 현대오일뱅크(종료)
● 10월 5일(일) : 휴식예정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임실 경찰서와 완주 경찰서에서 순례단의 안전을 위해 교통을 협조해 주셨습니다.
- 천주교 안동교구의 김영식 신부님께서 해산물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한강네트워크주비위원회에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전민일보 오세림 님께서 생수1박스를 후원해 주셨습니다.
- 전주 정혜사 지필 스님께서 후원금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 임실성당 관촌 공소에서 숙박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 순례 참가 일정과 수칙은 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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