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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체투지 순례(10일 째)-차량으로 5분 만에 갈 거리.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
글쓴이 : 불교환경 날짜 : 08-09-18 09:01 조회 : 2 |
![]() 차량으로 5분 만에 갈 거리. 하루 종일 걸렸습니다.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빠른 속도로 차량들이 굉음을 내며 19번 국도를 질주하더군요. 도대체 얼마나 많은 차량들이 지나가는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또 오는구나.. 그 옆에 소리 없이 생명의 속도로 느리다 못해 멈추어 버린 것 같은 순례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후 내내 그렇게 19번 국도에서 순례를 진행했습니다. <다시 시작하는 순례길> 이제 14일차에 달한 순례길. 그동안 약 30km의 길을 왔습니다. 그동안 한 걸음 한 걸음만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내일의 순례길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혹은 내일은 누구와 함께 이 길에서 마음을 나눌 것인지는 생각하지 못합니다. 다만 지금 걷고 있는 한 걸음 한 걸음만 생각하며, 그 걸음에 생명과 평화를 염원하는 우리의 마음을 놓을 뿐입니다. ![]() 오늘로 순례길은 14일차에 이르렀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 시커멓게 타버린 얼굴로 고향에 다녀온 진행팀도 있고, 순례 현장에 버스를 정차시키고 추석 연휴를 보낸 스님도 있습니다. 추석 연휴 4일을 쉬고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다시 첫 걸음을 시작하여서인지 오늘의 순례는 어렵기만 하였습니다. 문규현 신부님과 수경스님은 순례 내내 ‘야. 오늘 처음 시작해서인지 무척 어렵다’는 말씀을 하고, 짧은 휴식 이후에 다시 걸음을 시작할 때마다 ‘헉.. 헉..’ 하는 격한 호흡이 전해졌고, 짧게 호흡을 고르는 휴식의 시간마다 고통으로 무디어진 무릎을 두드려야 했습니다. 순례단은 오늘 구례군 산동면 보건지소 앞 공터에서 하루의 일정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늘은 방송과 언론에서 많은 분들이 취재를 왔습니다. 6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차량으로 출발장소에 도착한 순례단은 간단한 체조를 시작으로 순례를 출발하였습니다. 오늘은 산동면에서 시작하여 19번 국도로 진입하는 날입니다. 19번 국도는 광양을 거쳐 구례 및 남원을 지나는 도로로 매우 많은 차량이 왕래하는 도로입니다. 그래서인지 순례단 모두 어제 밤 한자리에 모여 안전을 우선으로 순례를 진행하자고 마음먹었지만, 막상 당일이 되니 긴장만 되었습니다. 오늘 역시 산동면은 장날인지라 아침부터 많은 분들이 분주히 움직였습니다. 이름 없이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움직이는 민심이 있는 자리입니다. 이 분들이야말로 가장 정직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분들입니다. 순례가 시작되면서 낯선 모습의 순례를 접하는 주민분들이 놀라서 바라보고, 어떤 분들은 순례자의 오체투지와 발걸음을 하나 둘 셋 하면서 세어보기도 하고, 관공서에 근무하는 몇 분은 순례단이 지나가는 내내 밖으로 나와 지켜보기도 하였습니다. 몇몇 분은 순례자를 행해 목례를 하고 멈추어 선채로 바라보기도 하더군요. 이렇게 우리 사회에는 나와 타인을 구별하지 않고, 자신만의 산성을 쌓아 타인을 소외시키지 않는 따뜻한 삶의 시선을 가진 분들이 더 많습니다. ![]() 순례단은 오전 내내 산동면 소재지를 통과하여 19번 국도 인접 지방도로에서 순례를 진행하였고, 19번 국도를 만나는 지점에서 오전 순례를 마치고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점심식사는 아침에 준비한 주먹밥으로 진행하였는데, 너무 맛있었는지 조금 부족하더군요. 부자나 부자가 아닌 사람도, 권력자나 권력자가 아닌 사람도 하루 3끼의 식사를 하는데, 사실 한 끼의 식사는 주먹밥 2개면 해결됩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되돌아보면 가진 사람은 더 못 가져서 안달이고, 주먹밥 2개조차 함께 나누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 오후 순례 일정 시작과 함께 19국도에 올라섰습니다.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아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순례를 마치는 날까지 이런 도로에서 순례를 진행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답답한 마음뿐이었습니다. 무엇이 바쁜지 화물을 가득 실은 차량들은 매우 빠른 속도로 다가와 굉음을 내며, 순례단에게 먼지를 가득 실은 바람을 날리고 무슨 냄새인지 모르나 다시 기억하기 싫은 냄새를 전하며 무심히 지나가더군요. ![]() 도로에 나가보면 작은 돌들이 많습니다. 특히 차량을 타고 지날 때는 모르지만, 천천히 걷거나 살펴보면 차량에 튀긴 수많은 작은 돌들이 있습니다. 차도에 있는 이 작은 돌들이 순례자의 몸에 멍을 들게 합니다. 오늘 문규현 신부님은 그 작은 돌로 인해 한참을 아파했습니다. 또 다르게는 국도변에서 과일을 파시는 아주머니 한분에게 감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순례단이 지나는 도로에 있던 행상을 걷고 무사히 지나갈 수 있도록 해주셨습니다. 우리 세상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이 함께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 순례단은 오늘 신밤재터널에서 약 1.3km 전방에서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연휴를 지나 다시 발걸음을 첫 마음으로 시작한 날. 오늘은 느림의 오체투지 순례단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빠름과 속도에 익숙해지기 위해 고통스러운 날이었습니다. 오늘은 순례 중의 짧은 휴식도, 하루의 순례길 정리도 빠르게 지나는 차를 바라보며 진행하였습니다. <5분 만에 갈 거리> 오체투지 순례는 말 그대로 느림입니다. 첫 소식을 전하면서 느리다 못해 멈추어 버린 것 같다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제 익숙해질 법도 하지만 여전히 하루 4km 진행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순례단이 오늘 경험하였지만 우리 사회는 빠름과 속도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있습니다. 순례는 그와 반대입니다. 느리고 천천히 진행됩니다. 더 많은 것을 얻고자 빨리 가려 하지 않고, 우리 안에 있는 ‘탐욕과 분노, 어리석음’ 등을 더 많이 버리기 위해 한 없이 낮추어 생명의 호흡처럼 천천히 진행됩니다. 빠르다는 것은 한 순간 목표를 이룰 수는 있지만, 사람의 마음과 세상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마치 어느 권력자가 말 장난 같은 사과 이후 철권을 휘두르지만 세상 누구도 그를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순례는 그동안의 우리의 삶과 사회를 되돌아보는 참회의 기도이며, 우리 사회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순례이며, 그 속에서 우리와 사회가 함께 상생하며 공존하는 길을 찾아가는 순례입니다. ![]() 오늘 순례단이 하루 종일 걸었던 순례길. 순례 마무리 즈음에 어느 한분이 차량을 타고 와서 말합니다. “5분이면 가는 길을 하루 종일 걸었네”. 그렇습니다. 빠름과 속도를 상징하는 차량으로 5분이면 갈 거리를 오체투지 순례단은 하루 종일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천천히 세상을 바라보며 대지와 함께 호흡하고 생명과 평화를 배우는 시간입니다. 빠름과 속도를 상징하는 차량을 통해 배울 수 없는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낮추고 비우며, 함께 나누고 인정하며, 배려하고 존중하는 삶과 가치관으로 서로를 존중하며 더불어 행복해지는 삶을 가꾸기 위한 길을 가고자 합니다. 오늘 가을 지리산 자락과 하늘은 마음 따뜻하도록 푸르렀습니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 순례길에 오는 분들이 바라보는 순례는 다양합니다. 여기 순례에 참여하며 위안을 얻기도 하고, 함께 희망을 나누기도 하며, 자신의 바름을 세우기도 합니다. 여기 짧게나마 오늘 함께 참여하신 분들의 마음을 나누고자 합니다. 현재 제주도 강정마을에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정순임(제주)님은 지리산 실상사에 왔다가 되돌아가는 길에 순례에 참여하였습니다. 정순임 님은 “직접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이번 오체투지 순례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각자의 입장을 대면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환경파괴에 대해 각성하고 성찰하라고 하시는 일종의 경각심을 주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현재 제주도 강정마을이라는 곳에서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고 하셨습니다. 정순임 님은 오후 순례 중에 제주로 가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광주로 이동하였습니다. ![]() 서울에서 순례길에 함께 하기 위해 오신 김영희 마리아 수녀님(서울 살레시오 수녀원)은 “함께 동참하면서 회개와 반성의 시간을 갖고 싶었습니다. 또, 이곳에 오다보니 낙동강 물이 예전에 비해 말라있습니다. 생명, 평화라는 소중한 단어들이 파괴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분들의 순례가 본래 되로 되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두 분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와 마음이 사회에서 함께 울리고, 생명과 평화를 바라는 작은 힘들이 모아져 사회를 변화시켜 나아가야 한다.”고 희망하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오체투지 소식을 접하고 참여하였다는 노태익(대구)님은 “직접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두 분 모두 60이 넘으신 분들이 온몸을 바쳐 오체투지를 하시는 것은 젊은 사람의 입장에서 죄송하고 송구할 따름이다.”라고 하시며, “문규현 신부님은 37년, 수경 스님은 40년이라는 성직자 생활을 하시면서 제대로 하신 게 없다고 일전에 말씀하셨는데, 그렇다면 내 자신이 과연 무엇을 했는가 스스로 비춰보게 된다”고 합니다. 또한 노태익 님은 “두 분의 순례자는 이 땅의 바름을 세우기 위해 오체투지를 하신다고 생각합니다. 두 분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 이른 아침부터 동일한 복장을 하고 계시어 진행팀을 궁금하게 하였던 노삼모(노삼모 - 노무현 대통령과 삼겹살 파티를 준비하는 모임)의 최한주 님은 “나라가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 너무 죄송했습니다. 그래서 참여하면 덜 죄송할 것 같아 참여했는데, ‘과연 그동안 무엇을 했는가’ 라는 생각만 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오체투지를 하는 두 성직자를) 직접 뵈니 생각보다 힘드신 것 같습니다. 두 분들 건강이 제일 걱정입니다. 다른 분들도 많이 참여하셨으면 좋겠다.”며 하루 순례를 끝까지 진행하였습니다. 함께 오신 분들과 오체투지로 순례를 진행하기도 하였습니다. 광주지역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신부님들과 함께 순례에 참여하신 정성종 신부(광주 중흥동)님은 “순례에 참여하면서 장일순 선생님께서 ‘기어가라고’ 하신 말씀을 묵상하면서 걸어갔습니다. 자기반성이 먼저 선회해야 사회가 밝아질 것이라는 생각도 하면서 걸었다.”고 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가난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외적 성장은 비대하게 이루고 있지만, 반면 국민들의 내적 발전과 마음의 평화가 이루어 지지 않고 있습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작은 발걸음 하나에 사람됨과 생명, 우리 사회의 평화에 대한 서로의 작은 주문을 외우며 길을 찾아가는 순례길. 그 길에서 우리는 생명과 평화라는 소중한 인연을 나누고 있습니다. <함께하는 사람들> 송희철, 정재권, 윤병일(서울) / 김광철 목사(구례 수평교회) / 양순자, 김형근 외 1명(평화동 성당) / 김종순(전주 송천동) / 허용조 외 4명(노삼모) / 김영희 마리아 수녀 외 1명(서울 살레시오수녀원) / 정순임(제주) / 노태익(대구) / 이영선 신부 외 8명(광주) / 김호영 외 1명(안산) <일정 안내> ● 9월 18일(목) : 19번 국도(산동SK주유소 건너편 인근. 시작) - 신 밤재터널 입구(경유) - 주천면 호기리(범실매운탕 인근. 종료 예정) ● 9월 19일(금) : 남원시 주천면 호기리(범실 매운탕 인근. 시작) - 의충사 앞 19번 국도(경유) - 남원시 고죽로터리(종료. 예정) ● 9월 20일(토) : 남원시 고죽동 고죽로터리(시작) - 고죽동 17번 국도(경유) - 광치동 광리초터리(태양원룸 인근. 종료) ● 9월 22일(월) : 광치동 광리초터리(태양원룸 인근. 시작) - 춘향터널(경유) - 오리정 휴게소(종료. 예정) <후원에 감사드립니다> - 정순임(제주)님께서 후원해주셨습니다. - 광주에서 오신 임낙평(환경연합), 김상집(광우병시국회의), 허달용(민예총.화가), 유봉식(진보연대)님께서 마음을 모아 후원해주셨습니다. - 황수진(온양)님께서 유기농 식재료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광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과 두암동 성당에서 맛있는 식사를 후원해주셨습니다. - 한겨레 신문 조현기자께서 버섯을 후원해주셨습니다. * 도보순례 참가 일정과 수칙은 cafe.daum.net/dhcpxnwl 공지사항을 참고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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