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09/30/화/성북/맑음]
보문3구역/성북2동/길상사/성북나눔의집
= 걸은 거리: 15km
= 일 정 : 성북구 동망봉공원(100대 절명상) - 보문3구역 - 낙상공원(삼선17구역) - 한성대역 - 성북2동 - 길상사(점심) - 한진A뒷길 - 미아리점성촌 - 아리랑고개 - 정릉시장 - 청수장 - 북한산 탐방안내소 주차장(100대절명상) - 삼보정사(저녁) - 성공회 성북나눔의집(간담회/잠자리)
= 글쓴이 : 백선희(강릉등불)
성 골롬반외방선교회에서 고요한 아침을 맞이하며 동방봉 쉼터를 찾았습니다. 동망봉자락의 지하철 6호선과 지하터널공사로 인한, 상단부 주택철거잔존부지에 쉼터를 만들었다 합니다. 동네가 내려다보이는 조그만 쉼터 가운데에서 100대 절명상을 하였습니다. 심원보 청년등불이 씩씩한 모습으로 나타나 즐거운 기운을 보내주었지요. <나눔과 미래>사무국장이신 이주원 님의안내로 성북구의 발걸음을 시작하였습니다.
성북구는 아스팔트보다 골목골목 비포장도로가 많다고 합니다. 골목을 올라가는데, ‘축 사업시행인가, 보문 제3구역 주택재개발 사업조합, GS건설/XII'라고 적혀있는 현수막이 걸려있습니다. 이 곳 보문 제3구역은 내년 2009년에 철거될 동네입니다. 골목은 건축 된지 40여년이 지난지라 길 폭이 1m도 채 되지 않습니다. 성북구에서 몇 개 남지 않는 동네이라 합니다. 땅주인들은 주민등록상에만 등록 되어있고 실제로는 거의 이곳에 살지 않는 사람들 인데, 그 사람들의 동의를 얻어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곳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은 경기도로 이주할 계획이고, 일부 사람들만 임대아파트로 가게 됩니다. 언덕 위에서 보이는 비탈진 아랫마을은 모두 철거대상이라 하니 말문이 막힐 뿐이었습니다.
<주택재개발(뉴타운포함) 과정>
도시 및 주거환경 기본계획수립(5년마다)
← 정비구역지정요청(지자체/주민동의 3/2)
→ 정비구역지정(시행사:조합, 시공사:건설사)
→ 조합설립인가(주민동의 2/3 75%) (시공사 선정: 개정안요구중)
→ 사업시행인가 (시공사 선정: 현행법)
→ 관리처분계획인가
→ 착공계발부(철거)
→ 준공
서울성곽 밑, 삼선4구역이라 불리는 비탈진 곳에 낙성공원 조성사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공사를 하고 있는 곳은 이미 집들이 철거된 곳이었지요. 성곽에서 50m 이상 띄어서 건축을 해야 하는 현행법 때문에 재개발조차 거부되어 공원화하는 지역이었습니다.
이 마을에 일본의 마찌 쭈꾸리처럼 ‘마을만들기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시도하기 위해 녹색사회연구소/고려대 건축학과/나눔과미래/성북주거복지센터/주거권운동네트워크/한국도시연구소/한국해비타트과 공동주관하여 주민설명회를 하였으나, 70%이상 세입자인 관계로 무언가를 시도할 결정권조차 가지고 있지 못하였습니다. 투기를 목적으로 땅을 가지고 있는 외부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에 무언가 시도하는 것들이 탐탁치 않을 것입니다. 이곳 주민들은 97세대 중 15세대만이 남았습니다.
삼선공원으로 내려오니 어린이집 아이들이 단체로 재비새끼들처럼 종알종알 댑니다. 삼선공원은 원불교 서울교당이 세워졌던 최초의 터라 합니다. 한성대입구역과 성북동 주민센터를 지나 성북2동쪽으로 올라갔습니다. 가난한 달동네가 있다 하였는데, 대한민국 하위 10%가 사는 동네라 합니다. 서울시 363개동 가운데, 아파트가 없는 유일한 동네인 성북제2구역이었습니다.

순례에 중간에 합류하신 유모차 엄마와 다리가 불편하신 분들이 있었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져서 언덕을 오르지 않고 길상사로 돌아갔습니다. 작은 형제회 수도원을 돌아 길상사로 가는 길은 대한민국 상위 1%가 사는 곳이라 하였습니다. 부와 가난이 공존하는 동네. 이 이중성을 어떻게 말로 설명해야할지 몰랐습니다.

‘맑고 향기롭게’의 근본도량인 길상사에 들어서니 까만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몇 백명 줄줄이 서고 앉아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금호그룹 회장의 장인 49제를 지내고 있다 합니다. 크게 영산제를 지내니 바라춤을 추는 여인이 고인의 혼을 달랩니다. 어느 스님은 길상사에서 11년 전에 한 영산제 말고는 이렇게 크게 하기도 처음이라 하였습니다. 앉아서 밥을 먹기 미안할 정도로 점심을 먹는 공양간이 북적였습니다.
돈암체육문화센터와 아리랑고개를 지나 정릉4동 성당에 들어섰습니다.
장위뉴타운 제15구역(장위1,2동, 상월곡동) 추진준비위원회 장희동 3차 뉴타운을 비롯하여 서울에는 26개 뉴타운이 개발확정 되어 있었습니다. 워낙 빠르게 개발하다보니까 부작용이 있었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전면 재개발을 하지 않고 10년, 20년 순차적으로 개발한다고 하지요. 더 빨리, 더 높게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을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걸음이라도 빨리 하여 월곡초등학교 언덕을 넘어서니 성신여대 근처 그 유명한 미아리 점성촌이 양쪽거리 100m 정도 늘어서 있습니다. 예전에는 점성촌을 이룰 정도로 번성하였다 하는데 점점 쇠퇴했다 합니다. 주로 여성 점술인 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아리랑 고개를 넘어 정릉시장을 지나니 북한산이 보입니다. 북한산 탐방안내소 주차장에서 100대 절명상을 하고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걸음이 평화의 씨앗입니다.
“매일매일 가는 곳마다 새로운 곳이지만 성북구는 재개발지역, 길상사 주변 대한민국 1%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가진게 많으면 숨길게 많을까? 높다란 벽을 지나며 부와 행복에 대한 생각을 했습니다.” -. 정수영님
“길을 헤매다 만나니 다들 부처님 만난 것처럼 반갑고 다정했어요. 순례를 어떤 마음으로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하루였어요. 오늘 걸었던 곳 성북동이 제 본적지였어요, 우리가 걸었던 이 소중한 걸음이 평화의 씨앗입니다.” -. 안명옥님
삼보정사에서 차를 마시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대한불교 삼보회에서 생활불교를 선도하는 정법도량인 삼보정사는 참선과 명상을 하는 삼보선원, 교육과 포교를 하는 불교대학, 법문과 기도하는 삼보법회, 보육과 복지를 실천하는 어린이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합니다. 생명평화 로고설명을 하시던 도법스님께서는 부처님의 생활방식과 고대종교인들의 생활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하시며 이 방식을 순례에 적용한 것이라 하십니다.

송민기님을 만나서 성공회 나눔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성공회 성북나눔의 집은 저소득층 주거와 고용·의료와 교육 전반에 대해 주민들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지역품앗이와 공동노동, 생협과 공부방, 도서관 등이 그런 모형이었습니다. 가난 속에서도 밝게 웃는 달동네의 아이들과 집 없이 천막 생활하는 이들 고된 노동일 속에서도 노래하는 이 곁에 나눔의 집이 함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나눔의 현장에서 간담회를 하였습니다. 이주원님의 마음과 발로 돌아본 오늘 순례길, 성북구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성북구는 주택 재개발만 74구역이고, 4만 8천가구, 주택재건축 24만 명이 이주하거나 이주할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아침에 순례했던 동망봉, 보문3동 가파른 언덕길에 다닥다닥 붙은 집들은 홀로 사시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이 많이 사시는 동네였습니다. 상대적으로 사회복지서비스를 덜 받는 이 동네에 <나눔과 미래>에서 주민들이 쾌적하고 안정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좁고 가파른 길을 넓고 평평한 길로 만드는 일, ‘과연 누구를 위한 재개발 인가?’ 연실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간담회 도중에 피스워커(Peace Walker) 분들이 오셨습니다. 일본이 군비를 가지자는 쪽으로 가는데, 무기를 소유하고 군비를 축적할 수 없는 평화헌법을 지키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이셨습니다. 일본 내에 평화헌법 안이 통과되었다는데, 2·3년 내에 최종국민투표를 할 예정이라고 하였지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의식적으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일본 내에서 청년들과 Peace line 해안평화순례를 하며 알리는 일도 하셨다고 합니다. 인간들의 전쟁이 인간 이외의 모든 것들에게 상처를 주면 안 된다 하시며, 지금시대에 가장 큰 환경파괴의 원인이 되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헌법구조운동을 해야 한다 말씀하셨습니다. 내년에 20~30대 한국의 청년들과 한반도를 걸어보고 싶다는 마사키 상. 간페이 상. 후지이 상의 간절한 바램을 들었습니다.
“일본사람들이 무기를 버릴 수 있도록, 무기를 버리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운동이 적극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하시는 도법스님께서는 세계로 퍼져 나가있는 일본 유학생들이 평화헌법 관련한 행동을 하면 이것이 언론에 기사화되어지고 일본 내에 영향을 줄 있다 하시며 언론의 영향력을 강조하셨습니다. 중요한 건 일본인들의 평화에 대한 의지와 신념이고, 한국이 독립운동 할 때도 일본에 있던 한국유학생들의 역할이 컸다고 합니다. 미국은 한중일 군사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 평화헌법을 버리길 바란다는 이야기, 평화헌법문제에 대해서 일본의 언론은 보수적이라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인터넷으로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피스 워커 분들의 마음이 전해져 오는 밤입니다. 평화를 위한 걸음, 평화를 위한 만남 그 간절함이 삶으로 무르익어가기를 바라며 길지 않은 밤을 보냈습니다.
** 함께한 사람들
= 도법, 장경훈, 이성구, 이도담, 최성진, 이상환, 김경찬, 정수영, 백선희
= 안명옥(양주), 심원보(성북구), 이주원(성북구/나눔과미래), 원충연(성북구) 외 3명, 삼보정사(김민식/송명환/조호정), 성공회 나눔의 집 송민기 사무국장, 양윤성(월곡교회 지역아동센터), 유경순(성북생협) 외 1명, 피스워커(마사키/후지이/간페이/미지). 총18명
** 감사합니다!
= 순례안내(이주원/나눔과 미래 사무국장), 점심식사(길상사), 저녁식사(삼보정사), 간담회/잠자리(성공회 성북나눔의집)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