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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환경에서 살고 싶다”
우치동물원 새끼 맹수 `비명 횡사’에 당혹
열악한 사육환경 탓…시설 개보수 시급
신동일 shin@gjdream.com
기사 게재일 : 2008-10-20 06:00:00
 
▲ 6살 암컷 벵골호랑이가 낳은 새끼호랑이
`소망’이의 한달됐을 때 모습.
<광주드림 자료사진>

열악한 시설 탓일까. 광주 우치동물원에서 기르는 새끼 맹수들이 최근 잇따라 `비명횡사’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우치공원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6살짜리 암컷 벵골호랑이 `아롱이’가 낳은 생후 3개월 된 새끼가
지난 7월25일 죽었다. 사인은 고양이과 동물에게 잘 걸리는 `대사성 질환’. 뼈와 근육의 성장이
멈춰버려 작은 충격에도 골절상을 입거나 척추가 내려앉는 병이다. 호랑이에게는 흔치 않다.

지난 2006년 10월에는 새끼 호랑이 2마리가 생후 40일 만에 어미에게 잡혀먹히기도 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암컷 아프리카 사자가 생후 20일도 채 안 된 새끼 2마리를 잡아먹었다.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양육을 포기한 어미가 새끼를 잡아먹는 식자증(食子症) 때문이다.

동물원은 식자증이 계속되자 갓 태어난 새끼를 인공 포육실에서 격리해 키웠다.
그런데도 이번에 새끼 호랑이가 죽자 동물원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새끼 호랑이를 전담해서 돌봐 온 최종욱 수의사는
“앞다리 심부에 골절상을 보이고 골밀도도 낮아 그에 맞는 치료를 하려했다”며
“예상치 못한 결과여서 정확한 원인을 아직까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는 “`식자증’의 대안으로 인공 포육실을 선택했는데 이번에도 실패해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때문에 원인을 놓고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그 중 환경적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동물원 측 설명이다.

우치동물원은 옮겨온 지 16년째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개보수를 못해 노후시설이 많다.
보통 동물원의 경우 10년 정도 지나면 리모델링을 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사육시설을 현대식이나 생태식으로 바꿔가는 추세다.

하지만 우치동물원은 상황이 녹록하지 못하다.
우치동물원이 한 해 광주시로부터 지원받는 예산규모는 20억여 원.

인건비와 시설비 등을 제하면 노후시설을 전면 개보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다보니 시설·장비 유지 수준의 `땜질식 공사’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물원은 광주시에 해마다 개보수 사업비 등 리모델링에 필요한 예산을 요청하고 있지만
재정 형편상 뒷전으로 밀려 엄두를 못내고 있다.

여기에 동물원이 광주공항의 전투기 항로에 자리 잡고 있고 인근 담양군에 사격장까지 있어
소음 공해도 심각하다.

단독 생활을 하는 호랑이들이 얇은 벽 하나로만 분리돼 있을 만큼 열악하다.
동물들에게 쾌적하고 안락한 시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동물원 한 관계자는 “동물원 개보수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현재 예산 규모로는 물 새는 것을 막아 준다든지 시설 유지 수준밖에 안된다”고 털어놨다.

신동일 기자 shin@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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