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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포기 춤추며 노래부른다? 다큐멘터리프로그램을 빼고는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지만, 지난 주인가 강호동이 나오는 '1박2일'을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배추고도' 마을에서의 이야기. 1박 2일을 보니 작년 10월 말 쯤 해남에서 1박 2일했던 생각이 난다. 해남 배추. 해남하면 너무 많은 그림이 떠 오른다. 땅끝 마을. 김지하의 시도 생각나고. “간다/울지 마라/간다/흰 고개 검은 고개 목마른 고개 넘어/팍팍한 서울길/몸팔러 간다.” “솟아라/산맥도 구름 위에 화안히 솟아라/…/배추포기 춤추며 노래 불러라 바람 따라/신새벽이 뚜벅뚜벅 걸어서 돌아오는 때까지.” 정태춘,박은옥의 '떠나 가는배' 도. 해남길로 바람에....... 작년에는 들쑥날쑥 이상기온 때문에 작황이 좋지 않았는데, 올해에는 어떨지. 싼 값에 중국산 배추 보다는 배추는 한국산을 먹어야 되지 않을까? 해남하면 땅끝마을 만 생각하지 마시길. 공기 좋고 바람좋고 햇빛 물씬 머금은 해남배추도 알아준다. 그것도 농약뿌리지 않은 유기농 배추. 배추처럼 우리 밥상의 감초역할을 제대로 하는 식물이 또 있을까? 김장철도 아닌데 벌써 부터 배추이야기냐고 투털거리는 사람도 있겠지만. 김치. 한국의 명품이다. 김치가 만들어 낸 이야기는 헤아릴 수 없다. 김치만 보면 힘이 솟지 않는가. 국보가 별 것인가? 김치는 국보중의 국보다. 라면에 단무지가 아니라 라면에 묵은 김치면 그냥 힘이 난다. 밥힘도 힘이지만 김치힘을 누가 따라 올 것인가? 농부들이 힘들어 재배한 배추. 이번에는 김장시즌에 앞서 생협을 통해서 미리 주문해보자. 김장철. 옛날에는 김장철이 동네방네 사랑방시즌이었다. 같이 담고 나누어 먹고. 그런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 너무 아쉽다. 어렸을 때 김장철이 되면 마음이 달아 올랐다. 갓 담근 김치에 삶은 돼지고기. 몰래 훔쳐 먹었던 막걸리. 배추포기 춤추는 해남 배추길을 따라 걸어보자. 땅을 지키는 이 시대의 살림꾼. 농부님들.농부(農夫)가 농부(農副)가 되는 날을 기원합니다. 안녕 배추들아!
잠시 쉬었다가.. 우리 밥상에 오를 배추도 배추지만 누렇게 익어가는 벼도 생각하면 시 한편 감상하시길 벼(이성부)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 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 묻은 괴로움, 이 넉넉한 힘 ....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먹는 김치 배추 한 포기를 재배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농부의 손길이 깃들어져 있는지 생각해 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