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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가톨릭의 생명과 평화
박 영 대 / 우리신학연구소 소장
1. 현 시대적 상황과 문제의식
한국 천주교회에서 생명과 평화는 서로 다른 맥락에서 사용되어 왔다.
먼저 제도교회 안에서 생명은 주로 인간 생명, 특히 낙태 반대의 맥락에서 주로 이야기되었고,
모자보건법 폐지운동으로 구체화되었다.
생명 문제를 낙태와 안락사 문제 안에서 다루는 것은 한국 천주교회만이 아니라
세계 가톨릭 전반의 흐름이었다.
이 같은 생명 담론이 너무 폭 좁은 게 아니냐는 비판이 있어 왔고,
이에 대응해서 미국 가톨릭교회는 문서 <생명 수호 활동을 위한 사목 계획: 생명 지원 캠페인>에서
생명 수호 활동의 원리로서 ‘일관성 있는 생명의 윤리’를 내세운다.
낙태와 안락사 안에 있는 의도적인 살인의 악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을 떨어뜨리고
인권을 위협하는 다른 수많은 긴급한 조건들을 외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낙태와 안락사를 반대한다는 사실이 “빈곤, 폭력 그리고 불의로부터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한 것을 용서해주지는 않습니다.
인간 생명에 관한 어떠한 정책들도 전쟁의 폭력성과 사형제도라는 부끄러운 제도에 저항하기 위한
일을 해야 합니다.
인간 존엄성의 모든 정책들은 인종차별주의, 빈곤, 굶주림, 실업, 교육, 주거와 건강관리 등의
문제들에 관한 것도 심각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이 같은 원리에 충실하고자 2003년 2월 8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산하 관련 기구들을 포괄하는
생명31운동본부를 세워 사형 없는 사회, 전쟁 없는 사회, 생명 조작 없는 사회, 낙태 없는 사회를
지향하였다.
하지만 여러 사정으로 생명31운동본부는 한국 천주교 생명 활동을 포괄하는 데 실패했고,
현재로는 생명윤리위원회 산하 기구로서 여전히 낙태 반대운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2. 가톨릭농민회
제도교회와는 별도로 천주교 사회운동 차원에서 생명 문제를 정식 제기한 것은 한국가톨릭농민회였다.
가톨릭농민회는 1990년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출범과 함께 새로운 가톨릭농민운동으로서
생명공동체운동을 선언하였다.
이처럼 가톨릭농민회가 정치투쟁 중심의 활동에서 생명공동체운동으로 방향 전환을 한 것은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한국사회운동과 농민운동의 주·객관 조건의 변화에 따른 것이었다.
첫째, 동구사회주의권의 몰락에 따른 동·서 이념 대립의 완화와, 이로 인한 세계적 차원에서의
민족적·국가적 이해 대립의 첨예화이고,
둘째는 전지구적 환경생태계 파괴 상황, 곧 생산과 소비 양식의 비인간화 - 대량생산, 대량소비,
대량폐기에 따르는 산업문명 모순의 전면화(全面化)라는 변화의 모습이다.
이 같은 변화 상황에서 1990년대 이후 가톨릭농민회는 생명의 세계관을 중심으로 상호 보완 조화하는
공동체 건설과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한 생명공동체운동 활동을 전개하게 되었다.
가농의 이 같은 생명공동체운동의 전환에 있어 그 원칙적 관점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첫째, 민족자립농업의 관점에서 볼 때, 이는 동서대립의 해소와 그에 따른 세계화·블록화 추세에서도
한 민족국가는 기본적으로 자기 민족의 생존을 위한 수단을 자급해야 한다는 민족경제적 시각이다.
그것은 농업에서는 우선 국민의 기본식량 자급이 최우선적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하고
따라서 그를 위한 객관적 조건의 보장과 함께 농민의 인간다운 삶의 조건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여타 산업에 더 이상 희생될 수 없는 농업의 절대적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생명공동체운동은 이 같은 민족자립농업의 이론적 근거이자 원칙적 관점을 지니고 있다.
둘째는 근본적인 변혁의 관점이다.
즉 생명공동체운동은 개인적 삶의 각성과 구체적인 생활의 변화로 시작된다.
과거 마르크스주의적인 사회운동이 구조와 체제의 문제에 집중하여 인간과 구체적인 생활,
영성(靈性)의 문제를 차선으로 돌렸던 경향에 대해 반성하면서,
생명공동체운동은 대량생산-대량소비-대량폐기에서 오는 현대 물질문명의 비인간화된 가치관에서
새로운 삶의 가치관으로 변화되어 전체 세계의 새 변혁을 이루어낼 정신과 물질 전체의 근본적인
변혁의 가치를 우선에 둔다는 점이다.
셋째는 생태론(生態論)적 관점이다.
이는 생명공동체운동은 사회의 구조와 개인의 물질적·경제적 생활과 구체적으로 관계하지만,
전체 생태계의 보호유지와 조화시키는 지혜를 구하는 운동이라는 관점이다.
즉 산업 후(後) 사회로의 이행 속에서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한 과학관과
환경윤리는 그 출발로서 자연-인간-기술에 대한 깊은 성찰로 귀결되는데,
다시 말해 생명공동체운동은 환경 보전형 지속농업과 환경 보전형 소비 형태로의 전환을 위한
유기 순환적인 농업의 관점을 부각시킨다는 점이다.
- <생명과 해방의 공동체를 위하여 - 한국가톨릭농민회30년사>에서
그 뒤 가톨릭농민회는 우리밀살리기운동(1991년), 우리콩살리기운동(1995년)을 펼쳤고,
주교회의에 건의해 1994년 봄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교구마다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를 설치하고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을 범교회운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3. 가톨릭교회 안에서 생명과 평화의 의미
가톨릭교회 안에서 평화는 정의평화의 맥락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평화는 전쟁 없는 상태만도 아니요, 적대세력간의 균형 유지만도 아니며, 전제적 지배의 결과도 아니다.
정확하게 말해서 평화는 정의의 실현인 것이다.”(사목헌장 78항)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끝난 뒤 1967년에 교황청에 정의평화위원회를 세우고 나라와
교구마다 세울 것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1970년에 정의평화위원회가 세워졌다.
천주교 사회운동 안에서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1974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1989년, 1991년 천주교사회운동협의회와 통합 발족) 등의 단체 이름이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 시사하듯이, 평화 담론은 정의 담론에 가려져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에서 생명과 평화가 같은 맥락에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문서는
1990년 1월에 발표된 요한 바오로 2세 교종의 세계 평화의 날 메시지
“창조주 하느님과 함께 하는 평화, 모든 피조물과 함께 하는 평화”이다.
이 문서에서 요한 바오로 2세 교종은 평화를 인간 공동체 안의 질서뿐만 아니라
모든 생태계 안의 질서로 확장시켰다.
이 문서를 계기로 가톨릭교회는 환경운동에 본격 나서게 되었고 생명 담론이 전면화되었다.
‘일관성이 있는 생명의 원리“는 사람 중심의 원리이다.
생태 위기가 인간 생명권마저 위협하는 현 상황에서는 인간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생명을 수호하는 ‘일관성 있는 온 생명의 원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 생명평화
* 출처 : http://blog.daum.net/solipnaeum/12882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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