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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연의 권리소송의 현황과 문제점
허범 변호사
들어가며
2003. 10. 15.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관통저지 비상대책위원회는 도룡뇽을 원고로 하고 자신들을 도룡뇽의 대리인 ‘도룡뇽의 친구들’이란 이름으로 하여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을 상대로 ‘고속철도양산시천성산구간공사착공금지가처분신청’을 부산지방법원에 제기하였다.
동물이 원고가 되어 소송을 제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웬지 낯설다. 회사와 같은 무형의 법인에게 법인격을 인정하고 소송상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할 당시에도 일반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소송을 담당한 판사조차도 당황스러워 하며 당시의 심정을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단지 법적 실체’ ‘법적 사고에서 존재하는 실체’라는 말로 표현하였다. 그러나 법인에게 법인격을 인정하여 소송상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법인이 소송상 권리를 가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동물에게 소송상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자는 발상은 어떤가. 일반인 뿐만 아니라 판사에게 주는 황당함이 무형의 존재인 법인에게 소송상 권리를 인정하자는 발상보다 결코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연 자연물 자체에게 소송상 권리를 인정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는 미국의 경우 자연에 대한 법적 고려과정과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자연에 대한 법적 고려
환경문제의 심화
미국의 경우 20세기의 중반이 접어들면서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DDT가 생체에 축적된다는 사실, 어류종에서 수은이 검출된다는 사실, 자동차 배기가스가 도시의 스모그현상을 야기한다는 사실, 사막화와 지구온난화 오존층의 파괴 등 전지구적인 재앙을 예고하는 논문과 저술들이 발표되면서 미국 국민들은 환경의 보호가 중요한 과제이며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환경개선은 이루어져야 한다는 여론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관심은 환경운동을 불러일으켰고 제도적으로는 1970년대부터 환경법의 제정으로 이어졌다. 환경보호운동에 사회의 각 세력들이 합류하게 되면서 환경을 법제도적으로 보호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에 따라 환경운동을 전개하는 변호사가 주축이 되어 인간의 환경침해에 대하여 법원에 구제를 요구하는 소송이 잇따르게 되었다. 그 진행과정에서 동물을 포함하여 자연물을 원고로 하여 소송이 제기된 사례도 있었다.
자연의 권리 소송사례
진행경과
원고적격을 규정한 것으로 해석되는 미국 행정절차법 제702조는 ‘행정청의 행위로 인하여 법적인 권리침해를 입거나 관련된 제정법의 의미범위 내에서 행정기관의 행위로 인하여 악영향을 받거나 고통을 받는 사람은 사법심사를 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물을 포함하여 자연물이 미국 행정절차법 제702조상의 ‘행정기관의 행위로 인하여 악영향을 받거나 고통을 받는 사람’에 해당될 수 있을까.
미국의 경우 자연물이 원고가 되어 진행된 사례를 살펴 보면 대체로 위기종보호법(Endangered Species Act)에 규정된 생물종의 서식지 보호지역을 보호하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하면서 희귀종을 원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희귀종인 하와이 새 빠리야 사건(palilla, 1979), 바다오리 사건(Marbled Murrelet, 1996) 등이 이에 해당한다.
실제 사례
① 빠리야 사건(palilla, 1979)
하와이주정부는 하와이 섬에 위치한 빠리야의 서식지 내에 사냥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하여 많은 수의 야생 염소와 양을 유지시키기로 하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시에라 클럽과 국립 오두본 협회 그리고 하와이 오두본 협회 등은 이러한 결정은 빠리야의 서식지를 파괴할 수 있는 행위로 주정부가 위기종보호법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며 자신들과 빠리야를 원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원고적격에 관하여 '하와이 희귀조인 빠리야도 고유한 권리를 지닌 법인격으로서 법률상 지위를 가지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하와이 주정부는 위기종보호법을 위반하였으며 빠리야 서식지 내에서 야생염소와 양을 제거하는 계획을 시행하라고 판결하였다.( Palila v. Hawaii Dept. of Land and Natural Resources, 471 F.Supp.985 (D.Hawaii 1979).
② 하와이 까마귀 사건 (Hawaiian Crow Alala, 1991)
1982년 내무성 장관은 위기종보호법이 요구하는 것으로 ‘하와이 까마귀 알라라 보존 계획’을 마련하였다. 이 계획에 의하면 내무성 장관은 알라라가 멸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조치, 가령 서식지로부터 알라라를 포획하거나 알을 약탈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조치 ․들을 시행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떤 사유지의 경우 그 소유자가 반대하여 이러한 조치들을 취할 수 없었다. 그러자 하와이 오두본협회와 국립오두본 협회 그리고 하와이 비영리법인 등은 내무성장관이 사유지 소유자의 반대에 대하여 법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위기종 보호법을 위반하였다며 자신들과 희귀종인 알라라를 원고로 하여 내무부장관과 사유지 소유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피고들은 알라라는 새(bird)로 위기종보호법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원고적격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앞서의 빠리야 사건을 언급하면서 유명한 자연환경보호단체인 국립오두본협회 등이 피해구제를 위해 소송을 제기하지 못할 이유도 없고, 알라라는 위기종보호법상의 시민소송 조항에서 규정한 사람(any person)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알라라의 이름으로 제기된 부분은 각하하였다.(Hawaiian Crow ('Alala) v. Lujan, 906 F. Supp. 549, (D. Haw. 1991).).
③ 돌고래 카마 사건 (Kama ,1993)
이 사안은 해양포유동물보호법과 관련된 것으로, 1981년 샌디에고에 있는 씨월드에서 태어나고 1986년 보스턴에 있는 뉴잉글랜드 수족관으로 옮겨진 카마(Kama)라는 돌고래를 둘러싸고 벌어진 소송이다. 수족관측은 카마가 수족관의 사회적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고 주장하며 아무런 허가도 받지 않고 카마를 하와이에 있는 돌고래의 음파탐지 능력을 연구하는 해군기지로 옮겨버렸다. 이에 ‘동물에 대한 학대와 착취를 종식시키기 위한 시민들의 모임’은 수족관측이 해양동물을 이전하는 경우 해양포유동물보호법이 요구하는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았으니 카마의 이전은 무효라고 주장하며 자신과 카마 그리고 여러 환경단체들을 원고로 하여 수족관과 해군 그리고 상무성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피고측은 우선 카마는 해양포유동물보호법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이 사건을 담당했던 울프 판사는 위기종보호법을 근거로 한 일련의 소송을 언급하면서 이 소송 중 피고측이 원고적격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던 하와이 까마귀 사건의 경우 까마귀에 대하여 소각하 되었음을 분명히 지적하였다. 그러면서 울프판사는 돌고래는 본질적으로 원고적격을 가진 법률상 ‘사람’이 될 수 있으나 카마 주장의 근거 법률인 해양포유동물보호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의회나 행정부가 해양포유동물에게 원고적격을 인정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카마 부분을 소각하 하였다.
④ 바다오리 사건(Marbled Murrelet, 1996)
대리석 무늬 바다오리( marbled murrelet)는 일생의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내고 오래된 숲에서 새끼를 낳기 위해 수십 마일을 날아간다. 근래에 그 수가 현격히 줄어들어 대리석 무늬바다오리는 1992년 위기종보호법상의 위기종으로 분류되어 그들의 서식지는 보호받게 되었다.
태평양 목재는 목재회사로 캘리포니아 훔볼트 카운티에 오래된 삼나무와 미송으로 울창한 440에이커의 숲을 소유하고 있었는데 이곳은 태평양 해안으로부터 약 22마일 떨어져 있었고 대리석 무늬 바라오리가 새끼를 낳고 기르기엔 아주 이상적인 곳이었다.
그런데 이 회사는 이 숲 440에이커 중 237에이커에서 벌목할 계획을 세우고 주정부로부터 허가도 받기 이전에 벌목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환경보호 정보센타(Environmental Protection Information Center ("EPIC"))와 대리석 무늬 바다오리는 태평양 목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법원은 대리석 무늬 바다오리는 위기종보호법에 의한 보호종으로서 자신의 권리로 소송을 제기할 원고적격이 있다고 하면서 희귀종인 바다오리의 생존에 위해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벌목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고 판결하였다.( Marbled Murrelet v. Babbitt, 83 F.3d 1060 (9th Cir. 1996))
고찰
소송 검토
동물을 포함하여 자연물이 원고가 되어 실제로 진행된 소송을 살펴보면 만족스러운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전체적인 내용은 그렇게 희망적인 것은 아니다. 우선 자연물의 이름으로 제기된 소송의 수도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소송에서 사람이나 각종 환경관련단체들이 원고적격문제에 대비하여 원고가 되지 않고 자연물 단독으로 소송을 제기한 경우는 없는 실정이다.
소송을 제기한 변호사들은 자연물만을 원고로 하여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 따라서 자연물만을 원고로 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더라면 법원이 원고적격에 대하여 어떻게 결정했을 것인지에 대하여 알 수 없다. 그러나 동물을 원고로 하여 제기된 사건 중 원고적격에 관하여 이의가 제기된 최소한 두 개의 사건에서 ․ 하나는 위기종보호법에 (하와이 까마귀 사건), 또 다른 하나는 해양포유동물보호법(카마 사건)에 근거하여 제기된 사건- 동물의 청구부분은 각하되었다.
그렇다면 자연물의 이름으로 제기된 소송이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발상이 주는 황당한 느낌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으로는 1970년대부터 진행된 원고적격의 완화 때문일 것이다.
원고적격의 완화
원고적격에 대하여 판례는 1970년경에 이르기까지 법적이익설에 근거하여 사법상의 권리침해가 있는 경우에만 원고적격을 인정하였는데 여기서 사법상의 침해란 보통법에 의하여 권리로 인정되는 것으로 발생원인이 재산권, 계약, 불법행위 그리고 제정법이 특별히 권리 인정한 경우를 의미하였다.
(이러한 해석론에 따라 판례는 철도요금체계에 따라 경쟁상 유리한 지위에 있는 회사는 이러한 이익을 박탈하는 주국제통상위원회의 요금률수정명령에 대하여 사법심사를 구할 원고적격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Edward Hines Yellow Pine Trustees v. United States, 263 U.S. 143))
그런데 정부의 활동이 확대됨에 따라 보통법상의 자유권이나 재산권에 기초하여 사법의 개입을 구할 수 있는 사익을 측량하는 것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인식하게 되면서 1940년대 판례는 경쟁자의 이익이 침해된 경우에 원고적격을 인정하였으며
(새로운 방송회사의 허가로 인하여 기존 방송회사는 경쟁적 이익을 상실하게 되는데 이 때 기존 방송회사는 연방통신위원회의 허가행위에 대하여 법원의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원고적격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FCC(Federal Communication Commission) v. Sanders Brothers Radio Station)
1960년대 후반부터는 공해방지, 환경보호, 국민복지의 향상 등과 같은 정부의 공익실현의 필요성이 점점 증대됨에 따라 법원은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미적 가치, 휴양적 가치, 보존적 가치까지 침해된 경우에도 원고적격을 인정하기 시작하였다.
시초는 1965년 선고된 허드슨강보존연합회와 연방전력위원회간의 소송이다. 연방전력위원회는 뉴욕의 에디슨사에 스톰킹산에 있는 허드슨강 위에 수력발전소건설계획을 허가해 주었는데 허드슨강보존연합회는 이러한 허가가 위법하다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연방전력위원회는 종래의 원고적격이론에 근거하여 원고적격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허가행위로 인하여 개인의 경제적인손해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허드슨강보존연합회는 원고적격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연방전력법상의 손해를 입은 당사자란 ‘종래의 경제적인 손해를 주장하는 사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평소의 활동을 통해 전력의 발전이 사람에게 미치는 미적, 보존적, 휴양적 측면에 특별한 관심을 표명해 왔고 또한 그러한 측면이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넓게 해석되어야 한다며 허드슨강보존연합회의 청구를 받아들였다.(Scenic Hudson Preservation Conference v. FPC(Federal Power Commision), 354 F.2d 608(2d Cir.1965))
1973에 선고된 SCRAP판결
이 사건의 원고는 환경보호운동을 하는 학생단체로서 주국제통상위원회가 화물운임률의 변동을 승인함으로 말미암아 숲과 공원, 산의 목재를 남벌하게 하고 자재는 재활용하지 않게 되어 산림은 황폐화되고 도시의 거리는 쓰레기로 뒤덮이게 되어 원고들이 워싱턴 D.C 근처의 산에 가서 하이킹과 낚시를 하는 즐거움을 잃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원고가 평소 즐기는 자연향유이익이 상실되는 것도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United States v. Students Challenging Regulatory Agency Proceeding(SCRAP), 412 U.S. 669)
남아프리카 바다표범 소송사건
원고적격 완화에 관한 미국의 사례 중에서 가장 진보적인 것으로 남아프리카 바다표범 소송사건을 들 수 있다.
1976년 동물 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여러 단체들은 미국 회사가 남아프리카 바다표범 가죽을 수입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신청에 대하여 상무성이 이를 허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하여 연합하여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단체들은 소송에서 바다 표범으로부터 가죽을 분리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방법이 해양포유동물보호법을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단체들의 원고적격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단체들은 단체 각 회원의 휴양적, 심미적, 과학적 및 교육적 이익의 침해를 주장하였다
이 사건을 담당한 지방법원은 남아프리카는 너무 멀리 있을 뿐 아니라 바다표범이 거주하는 케이프 지역은 남아프리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갈 수 있는 곳인데 미국의 바다표범 감시자에게 허가가 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점에서 이 소송을 제기한 단체 회원들은 이곳을 여행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단체 회원들에게 원고적격이 없다며 소송을 각하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을 맡은 항소법원은 소송을 제기한 단체의 한 회원이 제출한 미래에 남아프리카를 갈 계획이라는 내용의 법정진술서에 근거하여 원고적격을 인정하고 수입허가를 취소하였다.(Animal Welfare Institute v. Kreps)
소결
이렇게 법원이 원고적격의 요건을 완화함으로써 환경에 대한 침해는 사람에 대한 침해라는 인간중심적 이론에 근거하여 사람들이 좀더 쉽게 자신의 이름으로 환경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자 환경소송을 진행하는 변호사들은 굳이 자연물을 원고로 하지 않고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대안을 얻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점차 자연물을 원고로 하여 진행되는 소송은 줄어들게 되었고 사람들의 관심에서도 밀려나게 되었다.
자연물의 원고적격성
실질적인 이익
가령 ‘S1’과 ‘S2’ 사회가 있다고 하자. 어떤 공장이 인접하여 있는 강에 오염을 야기하는 경우, ‘S1’ 사회에서는 강에 인접하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기 재산에 손해를 입은 것과 같이 그가 원하는 경우에 한하여 소송을 제기하여 자기 재산에 입힌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데 비해 ‘S2’ 사회에서는 강 자신이 직접 소송을 제기하여 강이 입은 고통에 따른 손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비록 두 사회 모두 강의 이익이 보호된다고 할 수 있지만 두 사회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게 된다.
‘S1’ 에서는 강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이 자신의 법적 권리가 침해되었음을 주장하는 방법 외에는 달리 오염행위자에게 대항할 방법이 없는데 법원이 당사자적격을 최대한 완화시켜 강 주위의 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준다 하더라도 강 주변의 주민은 오염 자체에 별다른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법적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더욱이 오염을 일으키는 공장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강 자체가 보호 받을 길이 없게 된다.
그러나 ‘S2’ 사회에서는 강 주변 주민들의 소송에 의지하지 않고 강 자체가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강 자체가 보호됨으로 말미암아 기타 강 주변 사람들에 의해 소송이 제기되는 경우 간과되기 쉬운 부분도 충분히 보호가 될 수 있다.(강의 오염에 따른 손해가 너무 적거나 부수적인 것에 불과하여 원고적격을 아무리 확대한다 하더라도 구제될 수 없는 경우)
원고적격을 제한하는 경향
더욱이 70년대와 80년대를 지나면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법원이 과거에 법적 이익에 제한하던 입장에서 벗어나 미적 가치나 휴양적 가치와 같은 환경이익이 침해된 경우에도 원고적격을 인정하게 되면서 원고적격의 인정범위가 확대되고 또한 환경보호법률들이 시민소송제도를 도입하면서 법문상으로 ‘누구나’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어 과연 어느 범위까지 원고적격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에 관하여 논란이 일게 되자(가령 임의로 수많은 단체들이 조직되어 각자 자신들의 단체 회원들의 미적, 휴양적 이익이 침해되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 과연 어느 범위까지 제한하여야 하는가) 연방대법원은 최근 일련의 판결을 통하여 원고적격의 인정범위를 현저히 제한하는 입장을 보여주고 있다
1992년 루잔 대 야생동물수호자들(Lujan v. Defenders of Wildlife)
이 사건은 내무성 장관이 위기종보호법 제7조(모든 연방기관은 어떠한 행위를 함에 있어서 내무성 장관과 협의하여 위험에 처한 생물종의 계속적 생존을 위협받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의 적용을 받는 연방행위의 적용범위를 미국 영토와 공해상으로 제한하여 시행하기로 하는 규칙을 제정하자 환경단체인 야생동물수호자들은 후진국에 대한 원조를 함에 있어 내무성 장관과의 협의요건 규정을 적용하지 않게 되면 후진국의 개발로 인하여 그곳에 서식하는 생물종들이 멸종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원고들은 연방기관의 원조를 받은 후진국가가 마구잡이 개발을 하여 위기생물종이 멸종하게 되면 원고 단체의 회원 두 사람이 위기생물종이 살고 있는 나라에 여행하면서 이러한 동물들을 보는 즐거움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위 규칙의 폐지를 구하는 소송이었다.
이에 연방대법원은 기존의 원고적격에 관한 여러 근거를 다음과 같이 비판하며 소송을 제기한 환경단체와 단체 회원들은 위 규칙으로 인하여 사실상 침해를 받은 당사자가 아니며 따라서 원고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이른바 동물연계방식에 따르면 지구상의 어느 곳이든 위기종을 관찰하거나 연구하는 이익을 가진 사람은 누구든 원고적격을 가지고, 직업연계방식에 의하면 이러한 동물에 직업적 이익을 지닌 사람은 누구든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이론이 그대로 적용된다고 한다면 가령 동물원으로 아시아코끼리를 보러 가는 사람이나 코끼리를 사육하는 사람은 누구든 국제개발처장이 스리랑카에 AID차관을 제공할 계획에 관하여 내무성 장관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할 원고적격이 있다는 것이 된다.’
자연물에 대한 후견인 제도의 적용
그 동안 법원은 원고적격을 완화함으로 간접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려는 태도를 취하여 왔으며 상당한 실질적인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원고적격의 확대를 통한 환경의 간접적인 보호는 내재적인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최근의 판례 경향은 원고적격이 인정되는 범위를 현저히 제한하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원고적격의 확대라는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환경 혹은 자연물 자체에 소송상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할 수는 없을까.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자연물에게 소송상 당사자가 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할 것인지 여부는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가 문제되는데 만약 어떤 사람이 무능력자가 되면 이해관계인이 법원에 후견인의 선임을 청구하게 된다. 이에 법원은 누군가를 무능력자의 후견인으로 임명하게 되고 그 후견인이 무능력자의 법적 문제를 처리하게 된다. 또한 회사가 무능력자가 되면 법원은 그 회사를 위하여 파산관재인을 임명하여 그로 하여금 회사의 전반적인 문제를 관장하게 한다. 마찬가지로 자연물의 경우에도 자연물이 어떤 위험에 빠졌을 때 이해관계인이 법원에 후견인의 선임을 청구하고 법원이 후견인을 임명하여 그로 하여금 그 자연물에 대한 전반적인 법적 문제들을 처리하게 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사전에 법개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맺음말
미국의 경우 자연물의 이름으로 소송이 간헐적으로 제기되었으나 소송의 수도 많지 않았으며 자연물 혼자 독자적으로 제기된 경우는 없었다. 최근 부산에서 제기된 도룡뇽 소송의 경우와 같이 자연물 외에 원고적격이 인정되는 사람들이 함께 소송을 진행하였다. 따라서 자연물만을 원고로 하여 소송을 진행하였더라면 법원이 원고적격에 대하여 어떻게 결정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동물을 원고로 하여 제기된 사건 중 원고적격에 관하여 이의가 제기된 두 개의 사건에서 - 하나는 위기종보호법에 (하와이 까마귀 사건), 또 다른 하나는 해양포유동물보호법(카마 사건)에 근거하여 제기된 사건- 동물의 청구부분은 각하되었다.
1970년대부터 환경소송에 대하여 법원이 원고적격의 인정범위를 확대하면서 자연물을 원고로 한 소송의 필요성이 크게 감소되었으며 거의 대부분의 환경소송에서 만족할만한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들어서면서 원고적격에 대하여 연방대법원이 제한을 가하여 원고적격의 확대를 통하여 간접적으로 환경이 보호될 수 있는 가능성도 줄어들었다.
한 사회가 어떤 실체를 법적으로 고려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지금까지 법원은 주로 인간 중심에서 당사자적격을 확대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환경을 보호하는 방법을 취해왔다. 아마도 법원의 이러한 태도는 과거로부터 내려온 인간 중심의 사고에 근거를 둔 법적 파생물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은 예전의 환경개념하고는 본질적으로 다르며 더 이상 인간의 이익에 수반되는 부수적인 존재가 아니며 환경 자체가 전 지구적으로 인간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에 따라 환경에 대한 우리의 관념 또한 변화되어야 하고 환경을 인간의 이익에 수반되는 부수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생각도 바뀌어야 한다.
동물을 포함하여 자연물에게 소송상 당사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못할 이유도 없으며 오히려 그렇게 함으로써 보다 확실하게 우리의 생존을 떠받치는 환경을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