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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세계에도 ‘얼짱’이 있을까


우리 동물원에는 ‘홍부리황새’ 5마리가 있다. 두 쌍의 부부와 싱글 한 마리다. 황새는 부부간에 평생 해로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다. 황새나 두루미, 매처럼 암수의 외모가 별 차이 없어 육안으로 식별하기 곤란한 경우가 대개 그렇다.

부부애의 상징이라는 원앙은 해마다 새 짝을 찾는다. 그들의 애틋하게 보이는 사랑은 단 몇 달일 뿐이다. 이처럼 암수의 외양 차가 현저한 동물들일수록 대개 양쪽 다 바람둥이들이다. 동물들 세계에서도 아름다움은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얼마 전 홍부리황새 두 마리가 새로 들어왔다. 그러자 얼마 안 있어 전에 싱글로 있던 녀석이 새로 들어온 한 마리와 새 짝을 지었다. 그 두 마리는 암수 간이 확실해졌다.

그러나 성을 구별하기 어려운 한 마리는 외톨이 신세다. 짐작되는 바가 있다. 이 녀석이 어느 날 철창에 끼여 아랫부리가 부러졌다. 먹이 먹기가 불편할까봐 윗부리를 잘라 맞추어 주었다. 문제는 동료들이 그 후론 그와 통 놀아주질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입 짧은 애는 상대를 않겠다는 듯이. 선천적인 것이 아니니, 생존에 유리한 우성인자를 선택하려는 본능은 아닐 것이다.

분명 외모 때문일 거라는 게 동물원 사람들의 중론이다. 사실 사람, 새, 원숭이처럼 눈이 발달한 양안시(두 눈으로 사물을 보는)의 동물들에게 시각은 매우 중요한 감각이라는 걸 생각하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수컷 개코원숭이의 이상형은
우리 동물원엔 사자 수컷이 한 마리뿐이다. 아직은 청춘이라선지 체격도 좋고 정력도 넘친다. 그는 무려 5마리의 암컷을 거느리고 산다. 모두 누나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이 녀석이 돌봄을 받고 산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그런데 그 중 한 암컷은 눈도 한쪽이 축 처진 데다가 걸음걸이도 어기적거린다.

암컷들 간에도 ‘왕따’로 낙인찍힌 녀석이다. 수컷은 나중에 데려왔기 때문에 그간의 사정은 잘 모른다. ‘치마만 두르면’ 모두 여자(암컷)로 보일 것 같지만 천만에, 이 수컷 역시 이 암컷과는 아직까지 단 한번도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

개코원숭이 무리에선 이상하게 처음 한 쌍이 형성된 후, 다른 두 마리 암컷처녀들은 수컷 근처에만 어슬렁거리지 사랑은 받지 못해 몇 년째 새끼를 낳지 못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분명 그 놈이 그 놈 같은데 수컷원숭이한테는 분명 맘에 드는 이상형이 따로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받는 암컷은 지금까지 딸만 연속 3마리를 낳았다. 수컷 아비는 이 과년한 딸들마저 칼같이 알아보고 절대 관계를 갖지 않는다.


동물의 유유상종 판단 기준은 외모
동물들은 열 가지 동물을 한꺼번에 모아 놓아도 꼭 자기 무리하고만 어울린다. 여기서 나온 말이 유유상종(類類相從)일 것이다. 외모가 중요하지 않다면 이런 일이 완벽하게 일어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끔 여러 마리가 아닌 한두 마리만 섞어 놓으면 이종(移種)의 자식이 탄생하기도 한다. 타이곤, 라이거, 노새 같은 것들이다. 야생산양과 일반 염소들 간에도 교잡이 가능하다. 이 경우는 아마도 동병상련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일 것이다.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동물들은 사람들보다 더 민족주의나 순혈주의를 따지는 편이다. 이때 판단의 기준은 물론 외모이다. 동물세계에도 사람 사는 세상처럼 외모 지상주의가 작용하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글=최종욱 <광주 우치동물원 수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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