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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에 대한 이해와 조직

                                                                      김 기 섭 / 생활협동조합 수도권연합회

1. 경제사회를 구성하는 세 가지 원리

1) 정의

유기적 통일성을 지니는 인간사회에서 그 경제활동이 어떠한 원리에 의해 이루어지느냐는 생각할 때 우리는 협동적 원리, 시장경제원리, 계획경제원리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인간사회의 경제구조는 물론 이 세 가지 원리 중 어느 하나만이 그 사회의 지배원리로 작용하지는 않으며, 어느 한 원리를 중심으로 상호 보완하면서 그 사회의 경제원리를 이룬다.

인간사회는 본래 공동체 사회이며 따라서 인간은 자신이 공동체의 한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서로 협력하면서 경제를 운영해 왔다. 협동적 원리는 이렇게 고대사회로부터 인간사회의 지배적 경제원리로 작용해왔으나,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시장경제원리가 지배적으로 되어가면서부터 공동체의 분해와 더불어 그 힘이 약화되었다.

협동적 원리가 자본주의 사회에 들어 그 힘이 약화되었다고 해서 완전히 소멸된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도 여전히 협동적 원리에 기초하는 경제주체로서 대표적으로 가족을 들 수 있으며,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라 자연 소멸한다고 보았던 농촌이나 영세 상공업자들에서도 여전히 이러한 협동적 원리가 경제활동의 중심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사회의 또 다른 구성 원리인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운영되는 사회는 불특정 다수의 수요자=구매자를 대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대량생산을 행하며, 시장에서의 매매를 통해 경제사회의 제관계가 유지되는 사회를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이전에도 어느 정도 이러한 시장경제원리는 존재해왔으나, 자본주의사회에 들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경제사회의 중심적 위치를 점하게 되었음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시장경제원리 속에서 생산자는 특정한 생산물의 생산에로 전문화되며, 인간관계는 상호부조의 관계로부터 물건(서비스)과 물건(서비스)에 의한 관계 즉 상품관계로 변화하고, 따라서 경제적 제관계는 시장구조에 의한 자율적 법칙성에 따라 움직이면서 인간을 외부로부터 지배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계획경제원리란 경제적 제관계를 시장경제원리와 같은 자유방임 상태에 두지 않고 그 구성원이 계획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소수의 엘리트들에 의해 경제가 운용되었던 구소련이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계획경제원리는 시장경제원리의 보완적 기능을 담당해왔다.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생산․소비․유통의 각 단계에서 경제주체는 이러한 계획경제원리에 따라 운용되어 왔고, 이러한 점에서 자본주의란 미시적 측면에서의 계획경제와 거시적 측면에서의 시장경제라는 두 가지 원리의 상호보완적 체제라 할 수 있다. 특히 거시적 측면에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는 정부에 의한 시장의 개입이라는 국민경제의 계획경제화가 꾸준히 지속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세계의 경제체제 특히 산업혁명이후의 경제체제는 크게 나누어 이러한 계획경제원리와 시장경제원리에 의해 운용되어 왔다. 이 두 가지 경제원리는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대립하거나 경쟁하였으며,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서로 보완하면서 세계의 경제구조를 이끌어 왔다. 소련의 붕괴로 상징되는 동구사회의 몰락으로 인해 계획경제의 영향력이 많이 쇠퇴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원리적 측면에서 세계의 경제를 이 두 가지로 나누는 방식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별 무리 없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계획경제원리나 시장경제원리만으로 혹은 이 둘의 상호보완만으로 세계의 경제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고 해야 옳으며, 세계경제체제의 현 당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협동적 원리에 의한 경제체제의 역할이 중요시되어야 한다 하겠다.

2) 계획경제체제의 문제점

최근 몇 년간 소련을 비롯한 동구 여러 나라의 사회주의체제가 눈 깜짝할 사이에 붕괴되었으며, 표면적으로는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이나 베트남, 쿠바 등에서도 기존의 계획경제라는 경제운영방식을 크게 수정하여 시장경제원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이러한 방향으로 여론을 형성해 가는 저널리스트나 평론가, 그리고 보수적 정치가와 재계는 이와 같은 상황을 사회주의의 파산․패배이며 자본주의의 위대한 승리라고 예찬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두말할 필요 없이 그렇게 간단하게 단정 지울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계획경제가 지니는 사회주의적 측면에 대해서는 언급을 생략하더라도, 계획경제의 몰락이 곧 시장경제의 승리일 수는 없으며, 더욱이 계획경제의 몰락이라 할 때 이는 보다 정확히는 중앙집권형․지령형 계획경제의 몰락을 의미하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계획경제 일반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이론의 완성자라 할 수 있는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경제의 분석을 통해 그 기본적 모순을 해명하고 그 전개법칙을 명확히 하려는 데 연구의 주목적을 두었다. 이러한 마르크스에게 있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기본적 모순은 한마디로 단정 짖기 어려운 중층성과 복잡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이론이 마르크스의 해설자이며 보급자로 자부하는 엥겔스에 의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기본적 모순이 생산의 사회적 성격과 생산결과물의 사적 자본제적 취득형태 사이의 모순으로 정식화되었다. 즉 가령 한 공장 내에서 다수의 노동자가 협업과 분업에 의해 작업체계를 편성하고 모든 생산물이 이와 같은 협업적 노동의 성과물로서 생겨나지만(생산의 사회적 성격), 이렇게 생산된 성과물이 노동자에게로 배분되지 않고 자본가에 의해서 그 부가 독점되는 (생산결과물의 사적 자본제적 취득),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이야말로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기본적 모순이라 하였다. 이러한 엥겔스의 정식화는 그 이후 사회주의운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현재 사회주의란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생산수단을 국유화하여 전면적으로 계획경제화하여야 한다는 일반적 인식으로 확산되었다.

이러한 이론적 측면에 덧붙여 소련형 사회주의에 있어서는 소위 전위정당론 즉 소수의 선택된 엘리트에 의해 구성된 공산당의 독재라는 조건이 첨가하게 된다. 레닌에 의해 형성된 이와 같은 논리는 그 후 스탈린에 의해 공산당의 일당독재와 특권 엘리트 즉 노만클라트라에 의한 절대권력의 행사로 이어져 구소련경제를 더욱 중앙집권형 혹은 지령형으로 정착시켜 갔다.

이러한 구소련형 계획경제는 본래 인간 소외의 해방을 위해 시도되었던 계획경제원리를 오히려 인간소외를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변화시켜 버렸다. 사회주의란 본래 협동조합 사상의 선구자들에게서도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해방을 목적으로 발생하였다. 이 경우 인간을 무엇으로부터 해방시키느냐에 대해서는, 가난으로부터, 착취로부터, 인간에 의한 인간의 지배로부터 등 여러 가지 표현방법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개개 구성원이 주체적으로 경제사회의 운영에 참여하여 공동의 이익을 위해 이를 움직여 가는 사회체제의 형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구소련형 계획경제는 한마디로 그 정반대의 구조를 지녔다. 이는 대다수의 사람들을 물 화하여 경제계획에 포함하도록 강요하였으며, 경제를 몇몇 권력자의 의지에 종속시키려는 시도였음을 알 수 있다. 그 결과로 구소련과 동구권의 여러 나라에서는 노동의욕이 저하하고 창의력이 말살되며 인간에 대한 서비스가 저하하여 결국에는 부정․특권남용․눈속임 등과 같은 관료주의의 폐단이 도출하게 되었던 것이다.

소련이 붕괴되고 동구권의 여러 나라가 서방세계로 문호를 개방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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