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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ㆍ18 이후 36년, 광주는 변했다

전남일보/입력시간 : 2016. 02.05. 00:00




지난 19대 총선에서 이정현은 왕의 복장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한번만 도와주십시오'라는 외마디 유세로 광주에서 39.7%의 지지를 얻었다. 새누리당 옷을 입고 이정현은 광주를 맘껏 뒤흔들었다. 이정현은 518-36년이 흐르는 동안 광주정신이 망월동 묘역에 갇혀있음을 눈치 챘다. 광주정신을 외치지 않아도 욕먹지 않는 시대가 되었음을 안 것이다. 드디어 이정현은 2014년 730 순천ㆍ곡성 재보궐선거에서 49.43%를 획득하며 여유롭게 당선되었다. 그는 두꺼비의 눈물을 쏟아냈다. 광주ㆍ전남은 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변화는 2010년 72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오병윤이 비록 낙선되기는 했지만 광주 남구에서 44.1%를 얻고, 2011년 42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노동당 김선동이 민주당을 꺽고 순천에서 당선된 후 연이어 2012년 총선에서 재선될 때 이미 확인되었다. 광주ㆍ전남은 더 이상 민주당의 배타적 영토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광주는 역사의 고비마다 민주당을 선택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역시 문재인에게 표를 몰아주었다. 92%. 그러나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대담한 선거쿠데타에 의해 대통령을 도둑질 당했다. 새누리당의 권력찬탈은 4단계에 걸쳐 이루어졌다. 1단계는 거짓말공약의 남발, 2단계는 NLL대화록 공개, 3단계는 국정원 댓글 등 국가기관의 총체적 개입, 4단계는 선관위에 의한 광범위한 개표부정이었다. 박근혜의 득표는 51.6%에 맞추어져 있었다. 훗날 상상을 초월한 숫자의 국정원 댓글이 발표되자, "박근혜를 찍었다는 유권자들은 만일 경찰이 국정원댓글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면 문재인을 찍었을 것이다"라는 여론조사가 발표된 적이 있는데, 이는 선거쿠데타가 성공했음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필자는 당시 주어진 역할 때문에 전국을 세 차례 돌며, 민심의 흐름을 깊이 파악하고 있었다. 개표 당일 각종 출구조사 결과가 내 핸휴대전화로도 전송되었다. '삼성: 문 50.8% >박 48.6%/ 한국 리써치: 문 47% >박 42%/ 리서치뷰: 문 50.4% >박 48.1%/ YTN: 문재인: 49.7-53.5% >박 46.1-49.9%/ 오마이뉴스-리서치뷰: 문 50.4% >박 48%' 결과는 필자가 거듭 확인한 민심 그대로였다. 이날 스카이데일리는 오후 6시48분 "미국 CIA, 문재인 후보 '당선 유력' 백악관에 보고"라는 기사를 올렸다. 문재인이 승리한 것이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였다. 문재인은 다음날 "최선을 다했지만 저의 역부족이었습니다"라며 선거패배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바보짓이었다.

20대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광주가 출렁인다. 야당은 분열한 상태에서 선거를 치뤄야 한다. 8명 국회의원 가운데 2명 남고 6명은 떠났다. 문재인은 박근혜의 공동선대위원장 김종인에게 더민주당의 운명을 걸었고, 안철수는 대선패배의 주원인을 "후보캐릭터 정립 실패로 국민들에게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며 실소를 금할 수 없는 민주당 대선평가보고서를 내놓은 한상진 교수와 이명박의 수족에게 국민의당의 미래를 맡겼다. 거기에 친노무현이면서 문재인에게 비판적인 천정배가 한 배를 탓다. 광주는 어떤 결과를 내놓을까. 분명한 것은 413총선에서 광주사람들의 높은 수준의 9단정치는 실종될 것이다. 포항의 죽도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대구 아지메가 "박근혜가 나라를 팔아먹어도 우리는 찍어준다"는 35% 콘크리트 지지율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에도 광주사람들은 이를 지나칠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종편이 떠들듯이 새누리당이 만일 개헌의석을 확보할 가능성이 현실화된다면 상황은 금새 달라진다. 이런 조건에서 만일 내일 총선과 대선을 동시에 치룬다면 광주시민은 또 민주당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우리 헌법 제1조의 규범력은 광주가 오월광주의 핏 값으로 지켜왔다. 그러나 518-36년, 오늘 광주는 빼앗긴 투표용지를 되찾아 올 힘이 없다. 광주는 더 이상 피 끓는 도시가 아니다. 총선 이후가 암담하다.

정호 한세상살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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