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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삼성중공업, 너무 뻔뻔하지 않은가
사설
한겨레
삼성중공업이 지난해 12월 태안 앞바다 원유유출 사건에 대한 자신의 손해배상 책임을
50억원으로 제한해 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냈다.


삼성중공업 쪽 예인선단과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공동 과실로 충돌사고가 나긴 했지만,
유조선 쪽 잘못으로 피해가 커졌기 때문에 법정한도 안에서만 책임을 지겠다는 주장이다.


피해규모가 6천억원이 넘는데 가해자는 그 100분의 1도
안 되는 돈만 내놓겠다고 배를 내민 꼴이다.


삼성중공업 쪽은 이번 신청에 대해,
유조선 쪽이 먼저 자신들의 피해배상 책임을 제한해 달라고 신청해 둔 상태여서
이에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법률적으론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태도다.


이들은 신청서에서 오염사건의 주된 책임을 유조선 쪽에 돌렸지만,
이 사건 형사재판의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를 낸 주요 책임이
삼성중공업 쪽에 있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유조선 쪽도 과실이 적지 않지만, 삼성중공업이 엄연한 ‘주범’인 셈이다.
 

그런데도 삼성중공업 쪽이 책임 제한을 주장한 것은
검찰 수사에서 중과실 혐의를 모면했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악천후에 무리하게 예인작업을 강행해 충돌사고를 일으킨 것은
중과실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온당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사건은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꼴이 될 것이다.
마땅히 재판 과정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잖아도 오염자가 피해 배상과 생태계 복원 등 무한책임을 지게 하는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원칙이다. 징벌적 배상금까지 관례가 되고 있는 마당이다.
삼성중공업도 얄팍한 계산에 더는 기대려 해선 안 된다.

더 심각한 것은 법 이전의 문제다.

바다에서 생계를 꾸리는 주민들의 생활 터전을 송두리째 뿌리뽑았다면
최선을 다해 완전한 보상을 하는 게 옳다.


그런 노력은커녕 여론과 국민의 시선이 잠잠해진 틈을 타
마땅히 져야 할 책임까지 회피하려 하고 있으니, 뻔뻔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그런 무책임한 행태가 바람직한 기업의 모습일 순 없다.
삼성 그룹이 그동안 내세웠던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헌의 자세, 일등
글로벌 기업의 품격도 찾을 길이 없다.


100만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땀과 눈물로 검은 기름을 닦아내는 동안,
어떻게든 제 이익을 챙기려는 모습만 보였을 뿐이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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