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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주판을 잘못 놓았으면 털어야지요

장일순




탐욕과 문명의 위기
  그러면 이제 이렇게 되어 돌아가는 원인은 뭐냐.

지금 세계문명은 핵무기, 공해 같은 여러 문제를 안고 있어요.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느냐.

사람의 욕심에서 온 거란 말이에요.
그런데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맞아요.





저도 욕심이 있어요.
욕심이 있는데, 그러나 욕심을 자꾸 줄여야 한다 이거야.
줄이지 않으면 되지를 않아요.

무농약 식품을 갖다가 우리만 먹겠다,
우리 식구만 먹겠다,

아주 나만 먹기가 곤란하니까 이웃끼리만 조금 먹겠다,
그런 자세 가지고는 안되는 거라.
 

무농약이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좀 오래 살아보겠다고,
혼자만 편리하게 살고 혼자만 떵떵거리고 살려고 하는
그런 기초 위에서는 한살림운동이 되지를 않아요.



 


  지구가 병이 들고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대기가 오염이 된 이런 공해의 일체가
욕심에서 온 거란 말이야.

자연보호 하자고 하면서도,
인간들은 자연을 착취하는 생산을 계속하고 있단 말이에요.
 

병 주고 약 주는 거지.
그렇지 않습니까,
이치가.

원인에 대한 방향전환을 하지 않고
계속 문제의 결과만 놓고
어떻게 땜질을 하려 드니까 그게 되나요?
되지를 않지요.


energy peak oil


  여러분, 지구는 한정이 돼있어요.
그런데 가령 석유를 보면요,

그 석유라는 것은 백년, 이백년마다
계속 지구 내부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원시적인 광물질이란 말이에요.
 

수십억년 전에 생겨난 것인데,
그렇게 오래 전에 생겨난 것을 현대에 와서 무작정 쓰는 거라.

그러니까 지금 철이요, 동이요, 모든 자원이
고갈상태에 들어가고 있어요.





  지난번에 어떤 분이 무슨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에 가니까 나무가 울창하더라,

미국이고 구라파 가보면 선진국가는 참 나무 잘 가꿨더라,
그런 얘기를 하더란 말이야.


그래서 내가 듣다가
― 이건 내 나쁜 버릇인데 ―
역겨워져서


“그래서 어쨌단 말이야?”
그렇게 반문을 했어요.
왜?


자기네 나무를 울창하게 가꾼 그 사람들이
지구 위에 있는 나무를 숱하게 없애는 사람들이다
이 말이야.





그러니까 마치 제 집에서는 무공해식품 먹고
제 집에서는 맑은 공기 마시며 살면서,

제 집 바깥은 엉망이 되어도 좋다는 얘기하고 같거든.
그래봤자 저도 죽는데.



  이 문제는 뭘 얘기하느냐.
가령 일본이 일년 동안 쓰는 펄프, 종이 등등을

일본 안에서 나는 것만 가지고 쓰면
일본은 일년 만에 새빨개져요.
 




통계가 몇해째 그렇게 나옵니다.
미국의 삼림연구소에서 나온 작년, 재작년 연구지를 보니까,

재작년에 앞으로 이십년이면 말레이지아 반도 정도의 숲만 남고
적도지대의 숲은 거의 다 깎여져서 없어진다는 거예요.


이미 그렇기 때문에 대기권의 산소가 줄어들고 있고
생태계는 엉망으로 파괴되고 있다는 그런 발표가 있었어요.
이런 상황이니까 나만 다치지 않고,

나만 어떻게든 해결하고,
그래 가지고는 되게 돼있지를 않다
이 말이에요.
 




그러니까 이 한살림운동은
무농약 식품을 먹는다 안 먹는다 하는 차원이 아니라,
지금 이 문명을 가지고

우리가 지구상에서 계속 살 수 있을 것이냐 없을 것이냐,
그런 차원에 있다
이 말이에요.






  애당초 방향이 잘못 잡혀 있어요.
애초에 주판을 잘못 놓은 거예요.
그러니까 이걸 털어야 된다 이 말이에요.

그렇다면,
어떠한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야 할까요.


* 무위당 장일순 선생이 1988년 9월 19일, 서울 대치동 성당에서 열린
‘한살림 월례강좌’에서 하셨던 말씀 "세상 일체가 하나의 관계” 중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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