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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후기)바우보의 무대뽀 여행
   
   
- '간도 크다, 여자 혼자서.. 그래도 길 조심해'
 
http://cafe.naver.com/yesgreens/904




#1. 무대뽀 나, 그래도 고마운 사람들

- 광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싣고, 비엔날레 연례보고를 들러보다

여행전날까지 박성준선생님을 뵙고  늦도록 술자리를 다마치고,지리산길 여정을 확정짓지도않고 급하게
광주로 가는 열차에 몸을 실었다. 정호님과 점심 약속을 갖기로 했는데, 전날 늦도록 마신 술로 머리가
아파 차 약속으로 대치했다.

고맙게도, 일과중에 역으로 마중을 나온 정호님.특유의 호탕함이 묻어나는 인사를 받으니, 정호님을 뵌게
실감났다. 귀한 유기농차를 내어주셔서 선배의 사무실에서 두런두런 근황을 여쭙고, 초록당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2여시간을 보냈다.

"작년 대선캠페인 지금 생각하면 웃기는대. 참 당당하게도  했어"
"그때 민섭, 원섭, 승철, 정현 나 때문에 참 고생많이 했지"
초록내부에서도 다들 내심 비웃음도 없진 않았던 초록대통령대선캠페인, 작년을 떠올리며,
둘이서 한바탕 웃었다.

부끄러움없이, (뻔뻔하게도)당당하게 합동유세를 하고 토론회도 열었다. (실제 재밌기도 했었다.)
초록당사람들에게는, "지역만들기부터 차근차근 해라"
우리가 작년에 부족했던 원인이 "당원이 부족했고, 5개 지역을 못 만들었던 것" "간단하다. 두가지 잘하자"
선배는 근거지인 광주내려 오니 좋다고 하신다. "광주지역의 재구성 잘 할께, 서울서 잘 해"

잠시 만난 시원이도 잘 커고 있었다. 송희언니가 바쁜 선배때문에 맘고생이 좀 있는듯, 그래도 선배가 1년간 언니랑 연애를 시작한다고하니, 잘 됐다. 두분이서 몇개월 연애하고 결혼하셔서 '찐하게 언니랑 연애해보겠"단다. 굿럭!

지리산길을 간다는 나에게 선배는 안내센터에 근무하는 활동가 전화번호를 고맙게도 알려줬다.
한번 훑어 보기만 하고 급히 내려온 나는 즉시 번호를 입력했다. 그것도 3분꺼를,
선배랑 다음점심 약속을 잡고 헤어졌다.

#2. 아슬아슬

- 비엔날레에 묶여 급히 남원 인월로

그 다음날 12일 금요일,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으로 후배랑 향했다.
생각보다 내국인과 외국인할 것 없이 사람이 적었다. 한적해서 오히려 좋았다.
이번 전시는 주제없이 지난 1년간 화제의 전시를모아둔 "연례보고" 주제로 개최됐다.
광주 비엔날레전시장과 몇몇의 미술관,대인시장에서 열리고 있었는데,

내가 간 곳은 메인전시장과 시립미술관, 대인시장복덩방프로젝트.

메인에서는 5전시관중 1전시관이 제일 좋았다. 영상, 설치물로흑인의 정체성을 드러낸 작품인 듯 보였다.
시입구에서 미 흑인거리?를 재현한 설치물이 눈길을 끌었다. 또, 일본 작가(이름이...)가 애들처럼 비뚤 배뚤
그려놨는데, 색감이 부드럽고 그림이편안해 보여 명상스런 느낌을 주는게 독특했다.

디지털기기의 발달로 특히, 작가고유의 경계가 아닌 마치 영화감독처럼 영상이 유독 많았다. 찍은 사진전시도
많고.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회화나 조각은 추상적이거나,몇가지 매체를 섞어서 표현했다. 시립미술관에서
체험한 "꿈과의 조우"는 좀 무서웠다. 완전히 깜깜한 방에서 한쪽 벽만 짚어가며 앞으로 나가는 체험전시였다.

깜깜함, 좁은 공간, 공포에서 오는 숨쉬기 곤란... 1-2분 정도 걸어가니, 공포감이 밀려왔다. 숨쉬기 어려우면
어쩌지, 못 찾아나가면 어쩌지...그래도, 들어온 이상 나가겠지 싶어 후배 가방을 잡고 숨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걸어갔다. 몇분 쯤 걸어갔을까.

먼저 들어갔던 2분의 목소리가 들린다. 안도가 되었다. 잘 짚고 오시면 된다고 격려해줬다. 서서히 빛이
들어올까. 전면에 유리거울이 있는 방에 다달랐다. 작가는 "꿈과의 조우"라고 이름지었지만, 담력 테스트,
혹은 자신을 내맡기기라고 이름붙여야 하지 않을까싶었다. 내 공포의 근원은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해보는
순간이었다.

셔틀버스를 타고 들른 재래시장인 <대인시장>이곳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상점에다 전시를 했다. 과일가게
파는 곳은 전부 노란색으로 이쁘게 색칠해서 갖가지 소품도 전부 노란색, 가게 이름을 파프리카로 이름붙였다.
집단창작촌(집창촌, 이름맘에 안 듬)이란 곳은 3층가게로 각각 작업실을 오픈한 곳이다. 조막만한 보잘것 없는
방이 아트작업실로 멋스럽게 변모해있었다.
뻥튀기가게는 뻥을 연결해 모빌로 만들었다. 이처럼, 생활과 예술이 만나 다시 태어난 재래시장, 멋스러웠다.
그들의 아트 감각이 부러웠다. 누추한 공간을 아트적으로 변화시켜내는 그들의 감각과 소질이...'초록사무실도
아트스럽게 꾸미자, 아자!'


#3. 뚝딱, 도움주신 분 덕분에 지리산길 일정을 확정하고

- '간도 크다, 여자 혼자서... 그래도 길 조심해'

대인시장프로젝트를 차시간에 빠듯이 대어서 보고나서, 터미널로 갔다. 이런, 줄이 엄청나게 길게 서 있었다.
아차, 차시간 놓치겠구나, 어쩌지. 남원에서 인월막차를 타려면 20분차를 타야하는데. 서울에서 온다는
언니도 기다려야 하고. 그때부터 머리를 재빠르게 돌아갔다. 만약 차를 놓치면 택시를 타거나, 남원으로
오라고 하거나...마음을 놓이고.

인월에서 지리산길 안내센터로 가는 길을 다시 확인하고자, 정호선배가 알려준 한분에게 연락을 했다.
느닷없이 전화해서 이것저것 자세히 물엇는데, 친절하게도 소상히 답해주셨다.
심지어, 인월에서 묵을 모텔도 추천해주셔서 자기 이름을 대라고 하셧다. 토요일 일정을 차안 통화몇분으로
확정하고 나니,

서울에서 내려온다는 언니가 표를 못 구해 못 온다는 전갈이 왔다. 이런, 그렇겠다 싶엇던 일이다,
내려올때부터. 음, 혼자서 내일 걸아야하네. 광주후배는 걱정하는 문자가 오고. 정 안되면 다시 돌아오란다.

그럴 순 없지, 이전에도 산행은 혼자서 여러번 한 적 있지만, 등산객이 많은 주말이었다. 이 추석연휴에 갈
사람이 있을까 싶어 겁이 났다. 그래도, 비만 오지 않는다면, 안전사고야 나겠나, 마을을 이은 산길이니,
더욱이 낮에는 야생동물이 불쑥 튀어나올 가능성은 쉽지 않을 것이고, 나름대로 안전할 이유를 대봤다.
그리고, 혹시 동물이 나오면 그기 까진 잘 모르겠더라. 인명은 재천이지, 뭐. 라고 생각하며 걱정스런 마음을
달랬다.

깜깜한 시골길을 달리면 인월에 도착, 소개받은 모텔에 여장을 풀었다. 지은지 얼마 안돼  깨끗했다. 더욱이
5천원할인, 인터넷방을 덤으로 주셔서, 지리산길 안내센터에들어가 온갖 정보를 샅샅이 읽고 필요정보를
메모했다. 휴, 이제 됐지. 잠을 청하니, 혼자 있는 모텔방이 좀 무서워져 눈이 말똥말똥. 그래도, 아침부터
비엔날레 보느라 고단했던 터라 눈꺼풀이 자꾸 내려왔다. 아침차를 놓칠까봐 동튼 새벽에 눈뜨기 몇번을
하다 일어났다. 후다닥 준비를 마치고, 먼저 안내센터에 들러 지도와 안내팜플렛을 챙겼다.

예정했던 차는 시간도 안 됐는데, 벌써 가버렸는지 없다. 엥...아침이나 먹자. 빵이랑 즉석김밥을 먹었다.
옆에 있던 할머니께 건네니, "괜찮아." 아침 안 먹었으면, 우리집에 가서 먹고 올라가" "혼자 우찌 갈라고.
대단네. 왜 갈라고?" "지리산이 좋아서요"

마침, 내리는 곳이 같단다. 지리산길 1구간이 시작되는 매동마을에 사신단다. 내리셔서도 밥먹고 가란다.
"시간이 없어서요, 추석 잘 쇠세요." 나는 입구로 행했다. 이런 개 한마리가 길옆에 누워있다. 어릴때 무서운
경험이 있어서 피해다니는데..쩝. 딱 걸렸네.

어쩌지, 한 5분을 지체하면서, 다시 그쪽을 보면 날 보고개가 몸을 일으킨다. 에이,,,여기서 포기하는거얏.

그래서, 정자에 쉬고계시는 할아버지에게 부탁해보기로 했다. 할아버지는 눈과 코사이에 생긴 종기에 고름이
몰려 있어 약간 으시시한 모습이었다. 그래도, 끝까지 말을 마쳤더니, 그냥, 빤히 보시고, "괜찮다, 괜찮어.
"하신다. "죄송합니다. 네" 하고 돌아서는데, 옆에서 젊은 남자가 집으로 들어가려 한다. 얼른 가서 "개있는데
까지 함께 걸어가주세요"부탁했다.

그 개는 이 남자가 옆에 지나니 슬슬 눈을 피하고 제 집으로 들어가려한다. 아까 내한테는 겁주더만, 쳇.
이개도 몸집작은 사람은 깔보는건가. 여튼, 지리산길 걷기를 시작했다. 날씨는 더웠고, 가져간 노트북이
무거웠다. 비상식량으로 간식과 김밥도 무겁고.

그래도, 내 짐을 끝까지 지고 마칠 수 있나 보자 싶어 짜증내지 않고 천천히 내 속도대로 걸었다.정말 한
사람도 없었다. 바람, 새소리, 그림같은 뭉게구름, 파란하늘, 고사리밭, 고추밭, 계단식논에 익어가는 벼,
지리산 능선...



보이는 풍경은 평화로웠다. 마을옆을 지날때는 완전 땡볕에 시멘트길을 걸어가야 했다. 논두렁도 걷고,
빽빽한 나무로 둘러싸인 숲길을 걷고...사방이 조용하고, 간간이 시냇물소리, 조금만 바스락거리는 소리에도
귀가 집중되고, 눈은 사방을 살피면서.

한시간쯤 지났을까. 마을어귀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휘날리는 허수아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연휴라서 동네사람들도안 보이네. 등구재로 전라도과 경상도 마을을 이어주는 고개가 목적지. 마을어귀에
쉬면서부터 1시간 30분을 고개를 올라갔다. 힘들었다. 아휴, 더워라. 숲길은 시원은 하지만, 뭔가 튀어나올까봐
약간 겁이 났고, 마을길은 땡볕이라 덥고...

그래도, 비올 걱정이 없으니 그게 어디고, 위로하면서 터벅터벅 걸었다. 3시간쯤 한마디도 안하고 걸으니,
내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말들을 하고 살았는지 반성이 됐다. 이렇게 말 안해도 좋네, 주변에 소리에 귀기울이고...나에게 주목하고, 살피고.

등구재를 지나고 숲길...저 아래서 사람소리가 들렸다. 같은 여행길인다 싶어서 반가워서 걸음이 빨라졋다.
도달하니, 음료수를 파는 곳에서 가족들이 추석이라 만든 음식으로 점심을 먹고 있었다. 내려가자 마자 나를
반기며 "앉으라, 점심 같이먹자"며 밥을 주신다. '앗. 이렇게좋을수가.' 난 바로,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며 먹었다. 각종 전이며 새김치며, 이 산길에서 누리는 호강이었다. 이렇게 맛난 밥상을...ㅎㅎ 난 복이 많단 말이야.

덤으로, 우뭇가사리콩국도 얻어 마셨다. 극구, 돈을 안 받으셔서, 빵과 쵸코렛을 두고 다시 길을 떠났다.

"간도 크다, 여자 혼자서" "그래도, 길 조심해"

1시간 이라니, 서울행버스 타는 마을까지 어렵지 않겠지. 근데, 어둑한 숲길은 계속 이어지고, 좁은 길도
나왔다가, 오르고 내리고 무덤옆도 지나고... 조그만 뱀이 길을 지나려다 나를 보니 바로 풀숲으로 들어갔다,
휴.. 다행이다. 혹시 따라 오려나 싶어 돌아봤는데 다행히 안 보인다. 벌꿀 하는 곳이 많아서 벌들이 웽웽거렸는데, 다행히 날 물지 않았다. 고맙다.

길에 따라서는 잔뜩 긴장도 했지만, 맘이 편한 길도 있고. 이 곳까지 농사지으러 올라오는 사람들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나무하러 올라오는 사람들도 그려보고, 자연과 함께 사는 그들을 생각도 했다. 아쉬운 건, 마을의
스토리를 더 만들어줘야 여행객들이 더 재밌었을 것 같다. 이야기라 해봤자 당산나무뿐, 걷기 좋아하는 사람
들이야 지리산을 배경삼아 논두렁길,산길, 시멘트길을 걷겠지만, 역동적인 한국사람들에겐 밋밋할 수 있을
것도같다. 물론, 심심하면서 자신과 대화하는 순례길의 취지를 받아들이는 여행객들에게는 괜찮지만...

꼭 천왕봉을 등반하지 않아도, 좋다. 마을길을 걸으며 그들의 삶을 볼 수 있고, 그들과 나와 다르지 않음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귀농을 유도하려 할 의도가  있지 않았나 싶다...ㅋㅋ
마을앞에 펼쳐진 지리산 능선은 참 부드러운 곡선을 자랑한다. 사람을 넉넉히 품어주는 느낌이다.

이래서 사람은 자연속에서 치유된다지.점심을 얻어 먹은 할아버지가 소개해준 샘물은(흙이 밑에 가라앉아
서울사람들은 꺼림직해 안 먹단다)또 얼마나 맛있었는가. 땀을 식혀주는 바람도, 나를 놀래키는 시시각각
변하는 뭉게구름들도.


좋은 날씨에 그 때 그 자연의 아름다움은 나를 어루만져줬다. 다 내려와서 들른 쉼터에서 지친 다리를 펴니
주인장이 시원한 물과 포도를 내어준다. 담을 기약하는 서비스치레지만 그래도 좋다. 당장 내게 필요한
찬물을 마시게 해주니. 터미널에서 전화로 서울행을 예매하느라 전화했던 할머니는 아는체를 하신다.

"혼자가? 대단하네." 화장실 가는내게 "어딜 갈라꼬, 여기서 쉬라" 쳐다보신다.정감이 가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어린 자식들에게 대하는 말투마냥 친근하다. 그리고, 혼자온 여자에게 점수도 친절도 후하다.
호홋.

버스에 몸을 실으니, 잠이 쏟아진다. 나름의 긴장과 도보의 피곤이 몰려와서다. 차창에 머리를 이곳저곳
박으며 단잠을 잤다. 비닐봉지에 남긴 김밥은 버스에서 저녁밥으로 다 먹었다. 다행이다. 쉬지 않아 버리지
않게 돼서. 그리고, 내가 짊어진 베낭도 나와 함께 무사히 마쳐주게 해서, 내 짐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내가
대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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