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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쌀을 씻다가

섬동





아침에 쌀을 씻다가 고마운 마음이 일었습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얼마나 애쓰셨나 하고 말씀 올리니,

나에게 밥을 주시는 분이 하느님인 줄 알겠습니다.



그 여리신 하느님을 참 많이도 아프게 했습니다.

학교에서 밥 주시는 분은 학생이고

직장에서 밥 주시는 분은 소비자입니다.

그걸 모르고 그들을 속이고 멸시하고 등쳐먹습니다.



이제 나에게 밥 주시는 분이 누구인 줄 알고 살아야합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빌려온 한 점의 세포만도 못합니다.

늘 높아지기만 하려하고 낮아지는 이치를 따르지 않는다면,

오늘이 아프고 나에게 오시는 하느님이 큰 상처를 입습니다.

그러니 나에게 밥 주시는 분에게

절 드리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야합니다.







거짓의 삶으로 나를 속이는 일 많지만

그래도 뜻은 잃지 말아야 합니다.

밥을 모시는 것과 밥이 되는 것은

하느님이 하느님을 만나는 일입니다.



아침의 햇살에게 허리 깊은 절을 올리는 몸짓을 하고

저녁의 꽃구름에게 바닥 깊은 손 모음은 나를 높이는 일입니다.

낮아지지 않으면 깊어지지 못하는 거 바다로부터 배웠으니

고마운 밥에게 고개를 숙여 사는 건,

이 날을 높게 사는 까닭이 됩니다.






오늘 여기 나를 소중히 여기는 정신으로 살고,

마음을 오롯이 하여 소통하는 길로 가고,

나와 벗들과 자연과 어울려 순환의 녹색세상을 갖는 것이

나에게 오시는 하느님을 죽이지 않는 일로 이어집니다.

나에게 오셔서 나의 숨과 얼이 되시는 분이 바로 밥입니다.



새날에는 따스한 밥으로 나를 건네는 한뉘이기를 손 모읍니다.





(꽃꽂이 : 죽현  김기철  글 : 섬동)

蟾童之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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