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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환
nongbu-c@hanmail.net
광양 백운산 아래 백학동에서 농사 짓고 살아가는 농부.
맛깔스런 전라도 입말로 '백학동사람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쓰고 싶답니다.

더 이상 좋을 수는 없습니다
촌놈들 자존심을 지킨 날

광양시 진상면 청룡산 소각로건설 반대 주민운동과정에 고생하신 어머니,아버지, 할머니, 할아버지들
눈물이야기

"이제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습니다"
 



백로와 왜가리가 쉬어가는 평화로운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평화로움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불어닥친 개발 바람에 이 아름다움 산천이 풍전등화가 되었습니다.

 


엎드려 빌어 봐도 소용이 없고,

 






얼마나 땀에 젖고 비에 젖고 눈물에 젖은 밥을 먹었는지도 모릅니다.

 



엄동설한 찬 바람과 밤이슬 서리는 그나마 이불인 듯 했습니다.


 

잇속있고 셈 빠른 사람은 다 빠져나가 버린 시골에서는 움직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해야 했습니다.

 

때로는 이웃들이 거들어 주어서 힘이 나기도 했지만,

 

느닷없이 봉변을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보다 못해 엄동설한에 상생의 길을 찾아 보겠다고 멍청한 촌놈식으로 경운기 하나에 의지해서
나서 보았고,


 


전국을 누비며 거지 주머니까지 다 털어도 정말 조족지혈이었습니다.







돌아서는 앞길은 막막하기만 했고,
 

억지를 부려서 되는 일도 아니었습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서 남들이 하는 대로 농성도 해 보았지만 힘 없는 촌놈들은
천막 하나도 마음대로 칠 수가 없었습니다.

 

불 밝은 시청 앞에서 의지할 곳도 없이 지낸 2개월 동안 촌놈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세상은 정말 넓었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끊임없이 격려와 성원을 보내 주며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그동안 알지도 못했던 언론과 방송과 인터넷 상의 이름 모를 후원자들의 응원이 참으로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정말 하찮게 보았던 각설이들까지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눈 앞에서 수 십년 세월을 버티고 왔던 아름드리 적송들이 힘없이 넘어지는 것을 피눈물을 흘리며 바라 볼 수밖에 없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비록 다 지켜주지는 못하였지만.. 먼저 넘어진 100여 그루의 소나무들이 제물이 되었지만.. 그 희생이 헛되지 않아 더 이상의 통곡은 끝났습니다.

 

2006년 9월26일 소나무가 울창한 청룡산에 소각로제조공장 허가로 인하여 시작된 싸움은
우여곡절 끝에 지난 2008년 8월 31일로 산지전용허가 기간이 끝남으로서 공장 건설부분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의 시위가 아무리 생존권이나 자연보호를 주장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은 것이었기에 업자 측의 고소고발로 2007년 7월부터 정말 지겹도록,
미치도록 법정 싸움을 치루어야 했습니다.


고발 건수가 하도 많아 경찰서에서 유사사건이라고 판단하여 묶어서 올렸다고 하지만
6건이 기소 되었고 공사방해금지 2건 외에 업무방해로 고발된 4건이
때로는 약식기소 되어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선고유예를 받기도 하였고
혐의없음이나 기소유예 판결을 받기도 하였는데
2008년 11월 6일 11시 마지막 남은 사건의 선고를 받는 날이었습니다.


평소에는 파출소 앞도 고개들고 못 다니던 촌로들이 이 험란한 시련을 당하며 겪은
정신적이 고통은 정말 상상을 초월한 것이었지만
마지막 선고공판에는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사님의 말씀을 듣고도
앉아서 기다릴 수만 없어서 바쁜 일손을 멈추고 참석하여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습니다.


정말 땅 파는 재주밖에 없던 아주머니들은 무슨 성은이나 입은 것처럼 눈물을 흘렸고
저 역시 기나긴 싸움에서 견디고 주민들의 명예를 지켜 냈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법치국가에서 법이 허락한 일을 막은 것이 결코 정당하다고 인정되지는 않았기에
무혐의 처리는 되지 않았고 죄는 인정하되 여러 정황을 참작하여 선고를 유예한 것일 뿐이니
주민들 입장에서는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지만

현행 법제 아래서는 더 이상의 판결을 바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니
이 정도로 만족할 수밖에 없는 일이엇습니다.


그래도 2년 동안의 끈질긴 싸움을 하면서 경제적인 파탄이나 큰 손실없이
견디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끊임없이 후원해 주신
수많은 국민들의 힘이었다는 것을 뼈저리게 통감하고 있습니다.


이제 청도마을, 청룡산, 농부네 텃밭도서관은
고통의 시간들을 모두 추억 속으로 접어 두고 새로운 희망의 세계로 약진할 것입니다.


나라에서 주는 돈으로 도서관 하나만 만들어도 기적이라고 떠드는 나라이니
촌놈이 도서관을 제대로 만들면 이것은 천지개벽이라고 하지 않을련지 모르겠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예상치도 못했던 사건으로 인하여 움추리고 있던 상상의 나래를 펴고
이제 마음껏 도약하겠습니다.


온 국민의 성원을 받으며 살아난 텃밭도서관이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아직 공장용지로 바뀌어진 땅에 눈독을 들이는 업자들이 있을 수 있고,
업자들이 주민들의 반대로 인하여 입은 피해에 대하여 손해배상 청구를 한다는 풍문도 있지만
청룡산이 살아난 만큼 비록 텃밭도서관이 압류가 된다 하여도
경운기 하나만 건질 수 있다면 농부네 텃밭도서관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은 너무너무 기분 좋은 날입니다.

텃밭도서관을 지켜 온 것이 정말 자랑스러운 날입니다.

모든 님들 고맙습니다.. 정말정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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