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묻지 마, 정무적 판단이야
입력시간 : 2016. 03.18. 00:00





묻지 마! 정무적 판단이야! 이해찬의 공천탈락에 대해 기자가 묻자, 김종인이 한 말이다. 김종인이 단단히 착각하고 있다. 이런 것은 그저 권한을 남용한 대표권 행사라고 하면 된다. 정무적 판단권은 이렇게 행사하는 것이 아니다. 이해찬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정청래가 지지자에게 눈물로 호소하는 것은 대표권의 남용 탓이지 김종인의 정무적 판단 때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사례가 많다. 정도전을 살해한 이방원, 을사오적과 이승만의 삼선개헌, 박정희의 18년 독재와 신군부의 광주학살, 4자방(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비리로 천문학적 규모의 국고를 탕진하고 전직 대통령을 낭떨어지로 밀어버린 이명박, 권영세의 컨틴전시플랜과 NLL대화록을 깐 김무성, 국정원 댓글녀인 좌익효수를 감금당한 착한 여자로 둔갑시킨 박근혜, 불법대선결과에 승복한 문재인, 통합진보당을 해산시킨 정부와 헌법재판소, 내란음모무죄를 선고받은 이석기를 실체도 없는 혁명조직 RO의 수괴로 몰아 9년형을 살게 한 검찰과 법원, 전두환의 민정당과 유신공주 박근혜의 경제교사였던 미스터 국보위가 제1야당의 대표가 되어 단칼을 휘두르는 것, 정치맹 안철수가 천하삼분지계에 빠져 대권시나리오를 만지작거리며 몽니를 부리는 것도 모두 권한의 일탈이거나 남용의 결과다.

헌법상 주권자는 일의적이고 적극적인 개념이나, 헌법현실상 주권자는 다의적이고 소극적이다. 정치가 밥을 먹여준다고 사기 치면 표를 주는 이도 있고 외면하는 이도 있다. 정치가 밥그릇을 뺏어 가면 분노하는 이도 있고 포기하는 이도 있다. 아나키스트도 있고 일베도 있다. 금수저를 든 갑이 있는가 하면 흙수저를 든 을도 있다.

 

주권자는 헌법상 국민이나 현실은 정무적 판단권을 가진 자가 주권자다. 국정원이다. 그 수가 몇 명인지조차 알 수 없는 수퍼 컴퓨터 국정원은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축적하여 기계적으로 국정을 운영한다. 이런 국정원은 1%와 99%를 동일시한다. 99%를 위해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하는 봉사자이니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라고 윽박지른다. 국정원은 비상사태 여부를 결정하고 필리버스터를 중단하게 하며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킨다. 알파고가 프로그램대로 바둑을 두듯이 국정에 관여한다. 이세돌이 4국에서 둔 78수 같은 수가 나오지 않는 한 국정원은 버그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을 간첩으로 몬 것도, 세월호 아이들을 한 명도 구조하지 못한 정권이 숨을 쉬는 것도, 백남기 농민이 4달이 넘도록 인공호흡기를 꼽고 있어도 경찰청장의 해외출장이 가능한 것도 국정원 프로그램 때문이다.

국정원은 국정의 파트너도 빅데이터를 기초로 알파고 처럼 결정한다. 헌법 안 진보는 무제한의 자유를 누리게 하고 정치적 권리를 마음껏 허용한다. 세균처럼 욕망대로 움직이게 하며 판을 키운다. 빅데이터를 업데이트한다. 그리고 선거를 치룬다. 선거는 세균전이다. 천정배와 뉴DJ도 세균이고 박근혜와 진박도 세균이다. 안철수, 김종인, 문재인, 이한구, 김무성, 유승민, 심상정, 노회찬, 공천을 노리는 떨거지들 모두 세균이다.

 

그러나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누구도 정무적 판단권을 갖지 못한다. 당선자는 프로그램대로 놓인 돌이고 낙선자는 사석일 뿐이다. 만약 김종인의 구상대로 내각제가 된다면 이들은 좌하 귀 우상 귀에 박힐 반상의 돌들일 뿐이다.

 

데니스 루헤인이 그의 소설 '무너진 세상에서' 말한 ""나이를 먹으면서 깨달은 사실은, 사람들이 계속 바뀌면서 그 전의 멍청이들과 똑같이 어리석은 짓을 한다는 것이었다. 도무지 과거에서 배우는 것도 없고 발전하는 것도 없었다" 그대로다.

 

나라가 위중하다. 핵탄두를 머리에 이고 있는 지금은 국정원도 바둑판의 돌일 뿐이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사드 배치하면 대한민국 자체가 대국의 바둑돌로 전락될 수 있음을 엄중하게 경고했다. 새누리당은 '지금 전쟁 중'이라며 총선 전 전쟁공포를 한껏 부풀리고 있다. 민중연합당은 '이러다가 전쟁난다'며 군사훈련을 중단하고 개성공단 복구와 평화협정 체결을 호소하고 나섰다.

 

전시 작전권도 없고 정무적 판단권자도 없는 이 나라 헬 조선 답이 안 보인다. 어찌하면 좋은가.


정호 한세상살림 대표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