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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물 속의
정기간행물들을
훑어보다가  

  생명의 경이로움과 아름다움을
듬뿍  나눠주는 

  시 한편 발견하고 
소개합니다. 

  
  온통
막히고 어두워져
  견디기 어려운
요즘.  

  오랫만에
  한 가닥
      청량한 위로를 마신
       기분입니다.    

/ 수소

  

              

도  요  새
             
                                          이 학 영





      새 중에 도요새라는 이름의 새가 있다.
       
        도요새라고 해서 다 같은 것은 아니어서
     
      그 생김새와 크기에 따라

      민물도요, 세가락도요, 좀도요, 삑삑도요

      깜짝도요, 노랑발도요, 뒷부리도요, 큰뒷부리도요

      청다리도요, 중부리도요, 마도요, 흑꼬리도요

      이름도 색색가지 꽃처럼 제 각각 다른데

      대충 두 손으로 안으면 목련 봉우리만한 것 까지 있는데

    손으로 들어올리면 그거나 그거나 거지반

    달걀 하나 정도 무게라는데





      그것들이 찬바람 불어오면 먼 시베리아에서부터 날아와

      내 사는 동네 가까운 바닷가에 내려 와 쉬면서 배를 채우다가

    눈발 내리기 전에 다시 떠올라 싱가폴까지 날아간다.

      한 이레나 열흘 쉬지않고 까마득한 바다 위를 날아간다.

      거기서 한번 더 내려 배를 채우고 몸을 추스린 다음

    다시 이레를 날아 오스트레일리아까지 날아간다.     

      달걀보다 가벼운 것

    아니 연꽃보다 가볍고 목련보다 가벼운 것

    달밤에 마당 어귀에 내리비치는 달빛보다 가벼운 것

    그것들이 한 점 획을 그으며 드넓은 대양을 날아간다.


      아하, 내 사는 곳 가까운 바다에

    아직도 그런 꿈꾸는  것들이 살고 있다니

    아직도 무언가를 그리며 허공, 그 막막한 속을

    날아가는 것들이 있다니.






            "갈라진 시대의 기쁜소식" 866호(09년1월 11일) 에 실린 
            양운진 선생님의 글  '하천의 기능 2 ' 에  인용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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