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나무로 돌아가네 

                            장만호

 

내가 나, 무, 하고 외쳤을 때

나는 거듭 지고 거듭 피는 나무여서

그때마다 한 겹씩 나를 둘러싸는 나

 

먼 데서 온 바람이 먼 곳으로

나를 스쳐 지날 때

나는 난처한 듯 어깨를 들어 올리며

생의 푸른 이면을 들춰 보여주고

 

당신이 나에게 이마를 기댈 때

나는 가만히 잔가지를 흔들어주었지만

당신은 나의 잎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나는 거듭 지고

거듭 피는 나무여서

그때마다 한 겹씩 나를 바꿔가는 나, 나무에서

나와 나무에게로

나무로 돌아가네 



댓글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