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생명에 평화가 공존하길…”
1000여명 동참…내년 3월 ‘2차 순례’
지리산과 계룡산의 물과 흙이 신원사 중악단에서 하나가 됐다.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 전종훈 신부가 사람, 생명, 평화의 길을 찾아 오체투지를 시작한 지
53일 만이다.
오체투지 순례단은 지난 9월4일 지리산 노고단에서 출발한 이후 구례, 남원, 완주, 논산을 거쳐
공주까지 자갈길, 흙길, 시멘트길에 자신의 몸을 낮추고 희망을 위한 기도를 올리며
약 180㎞를 걸어왔다. 지난달 26일 ‘오체투지 순례단’의 1차 회향 행사가 열린 공주 신원사를 찾았다.
순례를 회향하기에는 더없이 쾌청한 날이었다. 이날도 길 위에서 순례단을 만났다.
길에 핀 코스모스가 몸을 흔들어 대며 순례단을 반겼다.
한편에는 순례단을 환영하는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도 도로 한쪽에서 순례단을 응원했다.
올해 마지막 순례임에도 순례단은 중악단을 향해 흐트러짐 없이 오체투지를 이어가고 있었다.
순례 행렬은 여느 때보다 길었다.
순례단을 응원하던 이들이 오후부터 오체투지에 동참하면서 행렬은 금세 불어나 쉽게
그 끝을 찾을 수 없었다.
힘든 길이었지만 조그마한 힘이나마 보태려는 사람들로 순례단의 걸음은 가벼워 보였다.
오후3시가 가까워지자 신원사 중악단에 순례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회향 행사가 열리는 중악단을 찾은 1000여 명이 넘는 불교, 가톨릭 신도 등은 박수를 보내며
순례단을 입성을 환영했다.
순례단의 중악단 참배에 이어 지리산 및 계룡산 흙과 물을 합치는 합수.합토 행사,
순례단의 도착을 하늘에 알리는 고천문이 낭독됐다.
순례단을 대표해 불교환경연대 부집행위원장 지관스님(김포 용화사 주지)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관스님은 “무사히 순례를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들의 뜨거운 격려와 기도 덕분”이라며
“북한 묘향산에 이르는 2차년도 순례를 통해 국민, 종교인, 지식인과 뭇 생명이 모두 사랑으로서
평화와 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기도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53일 동안 180여 ㎞를 오체투지로 지나온 순례단은
내년 3월20일 경 다시 이곳 중악단에서 2차년도 순례를 시작해
임진각을 거쳐 북한 묘향산에 이르는 오체투지를 진행할 예정이다.
해가 계룡산 너머로 몸을 숨길 때 쯤,
순례단과 회향에 참가한 사부대중이 3배를 올리며 마무리 명상에 들었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올린 3배에는 “우리의 기도가 세상을 바꿀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나를 바로 세울 수 있기를 발원할 따름입니다”라는 순례단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져 있었다.
공주=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불교신문 2472호/ 11월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