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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24/수/동대문/흐림]
고미술상가/새샘교회/한살림북동지부
= 걸은 거리: 6km
= 일 정 : 간다메공원(100대 절명상) - 답십리 고미술상가 - 장안평 고미술상가 - 새샘교회(점심) - 늘봄교회 - 한살림 북동지부(100대 절명상/저녁/간담회/잠자리)
= 글쓴이 : 백선희(강릉등불)
천사의 다정한 배려를 받으며 맞이한 아침입니다. 도법스님께서는 회의(시민사회단체종교계 원로모임)에 가시고, 순례단원들끼리 공부를 하였습니다. 연일 이어지는 발제에 조금 지친 저였지만, 생명의 진리를 누구나 이해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증명해야한다는 말씀에 귀 기울여 보았습니다.
다일천사병원 이옥주님께 등불을 전달해드리고 간데메공원으로 갔습니다. 잘 정리된 잔디밭과 의자, 그 가운데에 있는 정자에서 100대 절명상을 드렸습니다.

신답역 사거리에서 뒤늦게 온 도법스님과 급히 연락을 받고 오신 이연화님의 안내로 순례여정을 출발하였습니다. 그냥 지금 여기 이 순간 오롯이 몰입하여 한걸음 한걸음 걷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순례단원 최성진님의 말씀이 간절해지는 걸음걸음이었습니다.
답십리 고미술상가를 지납니다. 불상·옷장·짚으로 된 자루·탁자·상·돌로 된 말 등 오래된 물품들이 차곡차곡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먼지로 뒤덮인 세월과 함께 빛바랜 고미술품들은 서로의 자태를 뽐내듯 하나하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답십리를 지나 장안평고미술상가 안으로 들어가서 고미술품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마치 오래된 미래처럼, 갖가지 물건들은 시대를 뛰어넘어 그 가치를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도시철도공사 건물 맞은편에서 새샘교회까지 빙돌아 걸었습니다.
새샘교회에서 심호택목사님과 함께, 전농감리교회 이광섭목사님과 여러분들께서 정성스럽게 싸오신 음식으로 점심탁발을 받았습니다. 휴식시간에 두 목사님은 생명평화와 종교문제, 시대적 사명을 이야기하시며 순례단을 격려하셨습니다.

흐린 날씨에 매캐한 공기가 뒤덮인 거리를 걸었습니다. 막 순례를 시작하려는데 저멀리서 관음성님과 환희성님이 걸어오십니다. 요 며칠 순례단에 시간 날 때마다 참여하시는 분들입니다. 바른선거시민위원회 신미전님을 만나서 오후순례 안내를 받았습니다. 장한평역을 지나고, ‘대한민국에서 제일 유명한 유흥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큰 거리를 걸었습니다.
장안동 늘봄공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뚝방 거리를 걸어 동네를 한 바퀴 돌고나서 한살림에 도착했습니다. 한살림 북동지부 사무실에서 100대 절명상을 하였습니다. 둥글게 원을 그리고 마주대하는 서로를 위하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절을 드리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한살림 분들과의 생명평화 간담회가 있었습니다. 도법스님께서는 생명운동이 기술적으로 가는 모습을 안타까워하시며, 생명살림의 세계관과 철학을 근간으로 가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절명상을 생활화하는 운동을 거듭 제안하셨습니다.
문명의 고향, 농촌을 향한 그리움
성찰의 삶을 통해서 내면의 소리를 듣는 시간, 순례자들이 자기 성찰의 삶을 살도록 하기위해서 사회적으로 성찰의 문화를 회복하고 가꾸어야 한다지요. 지역을 찾아가는 운동, 사람을 찾아갈 때 가장 정성스럽게 성의 있게 찾아가는 방법이 걷는 것인데, 순례자들은 최대한 자기를 낮추고 비우고 나누는 삶을 익히는 것, 그만큼 삶은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지고 따뜻해지고 단幣蠻側?아름다워진다고 합니다.
도법스님께서는 “내 이익이 아닌 가치 있는 것을 위해서 주는 것도 자기를 비우는 일, 나누는 일, 베푸는 일이기도 하다. 주는 사람도 주는 행위를 통해 자기를 비우고 나누고 정화시키는 삶이 되어지는 것이다. 탁발을 통해서 얻는자도 주는자도 자기를 낮추고 비우고 정화시키고 승화시키는 삶의 내용으로 가꾸어져 가는 것이다.” 걷는 순례가 탁발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운명적인 이유를 설명하셨습니다.

“한살림이 생명밥상, 생명농업, 생명살림을 추구하지만, 지금 같은 현실 속에서 생명이 무언지, 평화가 무언지 또 다른 미궁에 빠진다.”는 한살림 활동가님의 질문에
“너무 이상적이다, 거창하다, 하루바삐 벌어먹기 힘든 사람들에게 너무 추상적이다는 반응들을 늘 들어왔습니다. 네 생명 따로, 내 생명 따로인 삶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고, 생각일 뿐입니다.”라고 스님께서 말씀을 하셨습니다.
‘실천하지 못하는 괴리감을 어떻게 타협점을 찾아가면서 살아갈까’ 고민하는 어떤 활동가분의 이야기를 들으니, ‘타협이 아닌 나를 드러내고 깨어질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것이 아닐까’ 스스로에게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것은 지식이 참되지 않기 때문이다. 실천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요즘 따라 이 말이 마음속에 쟁쟁하게 울립니다. 혼신의 노력이 어디까지인가 의심하기 때문이겠지요.
서울을 구제하기 위해 서울을 떠나야 한다.
"현 농촌과 농업에 대한 대안으로 무언인가?“ 하는 한살림 활동가의 질문에
“이 문명의 고향이 농촌이다. 국민들의 정서, 인격, 생활 삶 전반이 걸려있는 것이 농촌이다. 도시인들로 하여금 농촌과 농업의 가치에 눈뜨게 하고 농 촌과 농업의 삶을 선택할 수 있도록 조직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해야한다, 서울을 구제하기 위해서 서울을 떠나야 한다”는 도법스님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새로운 가치의식과 삶의 방식, 생명의 세계관과 철학이 오롯이 서야만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있고 온전히 살림의 길을 갈 수 있다 말씀하시며 생명의 논리를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은근히 후덥지근하게 땀나는 날이었습니다. 밤낮없이 돌아가는 서울의 시스템 안에서 어느새 깊어가는 서울순례 스무날 밤입니다. 100일을 함께 부대끼고 살아야할 순례단은 서로에 대한 섬김과 보살핌이 간절해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 함께한 사람들
= 도법, 장경훈, 천선혜, 이도담, 최성진, 이상환, 김경찬, 정수영, 백선희(9명)
= 이연화, 신미전(바른선거시민위원회), 조향진, 환희성, 관음성(광진구), 이광섭(전농감리교회), 심호택(새샘교회), 한살림 북동지부(심상미, 김선유 이기연, 이영임, 황영단, 최만종, 박준영, 최창복, 구기훈, 송재헌, 이상록 외 3명). 총 21여명
** 감사합니다!
= 아침식사(다일천사병원), 점심식사(새샘교회), 저녁식사&잠자리(한살림 북동지부), 음료(관음성, 환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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