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발지몽 주요섭칼럼-경제공황 필연,사랑의 패러다임으로
“경제공황은 필연, 사랑의 패러다임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시대, 故 백기범 선생님을 떠올리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쓰나미가 공황적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오늘, 문득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백기범 선생님. 지난 초봄에 뵈었는데 어느 날 부고가 날라왔다. 그리고 몇몇 선배 후배와 빈소를 찾았다. 올 여름일이다. 기사를 찾아보니 7월 7일에 돌아가셨다.
백기범 선생님. 70년대 조선일보 해직기자 출신으로 현대건설에서 호구를 했고 문화일보 창간 후 편집국장을 역임한 언론인이다. 이후 잠시 시민의신문의 주필을 맡기도 했다고 한다. 말지를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병중에도 뵐 때마다 정말로 대단한 ‘포스’를 느끼게 해주셨다. 초록정치연대 사무실에 모셨을 때도, 일산에 찾아가 뵈었을 때도 선생님의 열정은 나를 부끄럽게 했다. ‘사이버 초록나라’ 사이트를 당장 구축하자셨고, 강원도 백두대간에 몸과 마음을 닦는 ‘하늘 길’을 열자고도 하셨다. 또한 ‘영성정치’를 강조하면서 근대정치의 유물인 정당정치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다. 물론 ‘초록당’도 마찬가지.
요즈음 특별히 백기범 선생님이 생각나는 것은 마치 예언처럼 달러경제의 붕괴를 단언했기 때문이다. ‘생산과잉-유통과잉-소비과잉-환경파괴-자원고갈’ 이라는 악순환 고리, 하루 1조 달러의 세계적인 허순환(虛循環) 구조 등등. ‘허순환’이란, 물론 재화의 생산이나 무역 같은 실물경제와는 관계가 없는 숫자상의 돈놀이라는 것. 요컨대 ‘적의 부재’와 ‘과잉’으로 공황은 필연이라는 것이다.
“마치 하늘에 먹구름이 잔뜩 모여들고는 있지만 정작 비는 내리지 않는 것처럼, 국경이라는 틀이 없어져서 과잉이 세계를 덮는 공황으로 폭발할 집중력을 아직 만들어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이 보입니다.”
“노름판에서 한 사람이 판돈을 다 따면 판이 계속될 수 없는 것과 이치가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경제공황과 환경대재항은 문명사적인 맥락에서 새로운 시대의 도래, 혹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의 계기가 된다고 본다. 세계화도 마찬가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구조적인 경제위기에 대한 자본가들 나름의 대응으로 이루어졌지만, 결과적으로 일찍이 떼이야르 샤르뎅이 말한 ‘인간의 세계화’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또한 환경재앙도 전쟁을 대신한 인류의 적(敵), 곧 해결과제가 되었지만, 이는 증오 대신 사랑으로만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도전이라는 점에서 문명의 전환은 이미 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선생님의 글을 다시 꺼내 읽는다. 혹 살아계셨다면 어떤 작금의 사태를 보고 어떤 말씀을 하셨을까? 선생님의 통찰력과 혜안이 아쉽다.
“생명이란 우주의 자기조직화이며 따라서 나는 내가 아니라 우주의 발현”이라고 깨닫고 믿고 계셨으니 아마도 이 시간에도 은은하게 우주를 활보하고 계실 것이다.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선생님의 생각을 정리한 ‘사이버코리아닷컴’이라는 팜플렛을 공부방에 올린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