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아픈 성찰과 지역의 재구성
뼈아픈 성찰과 지역의 재구성
정호(전 광주전남녹색연합 사무처장)
1. 광주전남 -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 근본적으로 우리를 억누르고 있는 성장의 신화, 그리고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다수의 서민을 정글 속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이 체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에 대한 성 찰이 필요하다. 주먹밥 나눔이라는 공동체 정신의 실천을 통해 세계적인 자유와 인권 의 도시로 거듭난 광주의 문화적 위상을 더욱 절실하게 생각해야 한다.
- 우리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관례적인 개발의 논리, 세계화의 논리로서는 지금 우리 앞 에 기다리고 있는 가까운 장래에 닥쳐올 대 파국을 막을 길이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한 뼈아픈 성찰을 통해 새로운 길을 발견해내지 않으면 안 된다.
- 지금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바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논리이다. 부자에 의 한 빈자의 지배(80만 원세대), 다수 서민의 희생 위에 극소수가 소위 물질적인 번영을 누리고 있는 이 사회(강부자 내각)는 만인의 불행을 낳는 기형적인 구도이다.
- 다수의 행복을 위한 광주전남 공동체의 미래는 우리의 농민들을 살리는 데 있다. 농민 이 지속적으로 생존 가능해야 우리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먹을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광주전남이 일란성 쌍둥이 운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2. 근대의 경제성장, 개발, 진보, 산업화를 뛰어 넘는 지역의 재구성 기획이 나와야 한다.
- 광주가 전남농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해야한다. 대규모의 농약농업 혹은 대규모의 국가경영농업, 단작(單作)농업, 집중화된 거대한 규모의 화학농사는 실제로 지구환경의 위기를 불러 왔고, 위험한 먹거리를 통해 생명을 지속적으로 위협해 왔다.
- 대규모 기업농 단작, 즉 고도로 특화된 단작 재배방식으로 식량을 생산하는 것은 효율 적이지 못했다. 규모가 크고 특화되어 있을수록, 효율성이 떨어지고 자원을 낭비하게 되며 결국 자본, 석유, 화학약품의 측면에서 아주 비싼 식량을 생산하는 결과를 낳는 다.
- 결국 다시 설계해야 할 것은 일손이 더 많이 드는 소농 다작(多作)농업이다.
단위 면적당 더 많은 '인간의 눈과 손 그리고 발과 땀'으로 일구는 농업이 필요하다. 진정으로 효율적인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의 노동을 사용하는 농법이어야 한다. 그래야만 땅을 죽이지 않고 곤충이나 다른 자연존재(생명의 그물망의 일부)를 죽이지 않고 땅을 이용할 수 있다
- 우리가 농사일에 대한 태도와 생각을 바꾸지 않는 한, 그리고 현재의 경제체제를 바꾸 지 않는 한, 대량 실업의 시대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땅으로 돌아가 일자리를 찾는 일 은 불가능하다. 미래의 희망의 기획은 나오지 않는다.
3. 지역의 경제 시스템을 재구성해야 한다.
- 지금 인류의 약 절반은 땅에 뿌리박고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지키기 위해 경제적 지 원금, 각종 규제, 세금 등에서 시급한 경제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 만약 전남도민의 절반이 (도시의) 슬럼으로 내몰린다면 빈곤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 전 세계적으로 빈곤층은 날로 증가하고 있고 일자리는 불안정해지고 있다. 직장이 있 는 사람들은 노동시간이 늘어나고 더 경쟁적인 방식으로 더 열심히 일을 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현재의 경제적 세계화가 일자리의 희소성을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 도시와 농촌간의 균형, 세계와 지역 간의 균형, 광주와 전남간의 균형을 이루도록 지 금의 지역의 경제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4. 지방정부의 지도자는 지역민들의 이익과 생태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일해야 한다.
- '정치적 차이'를 떠나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해야 할 한 가지 사실은 자본이 '세계경제' 를 떠받치며, 정치적 결정을 하고 있고, 우리의 삶은 이 결정에 의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이다.
- 세계경제를 꿰뚫어보고 누가 세계경제를 움직이는지, 이것이 지역경제를 어떻게 작동 시키고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주민을 위한 진정한 정치력은 발휘될 수 없다.
- 정치의 배후에 있는 경제활동, 여기에 실제 권력이 있다는 사실을 지역민은 똑똑하게 인식하고 지방의 실정을 꿰뚫고 있는 정치리더쉽을 선택해야 한다.
- 이들이 지배하는 법칙은 '세계적 경제성장'이다. 세계적 경제성장은 우리의 의사와 관 계없이 세계은행, IMF와 같은 국제적 기관들과 기타 여러 은행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 세계인구의 단지 5-10퍼센트만이 세계화 경제의 이익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 지 90퍼센트의 사람들에게 이러한 시스템에 따라오라고 하는 것은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 이러한 상황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분리, 그들 사이의 거리를 점점 더 멀리 벌어 지게 하는 것에 기초하고 있다
- 매일마다 식품공급을 위해서 더 많은 석유와 더 많은 수송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이러 한 비효율적인 상황은 극복되어야 한다.
- 역설적으로 이러한 사실은 희망적인 것일 수 있다.
즉, 현재의 경제시스템을 움직이는 것은 매우 소수이기 때문에 그들은 대다수 서민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오늘날 주변화 되고 있는 것은 농민 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이며, 우리 모두가 경제시스템의 전환의 주체라는 것이다.
- "우리는 자본이 지배하는 ‘얼굴없는 경제’가 ‘얼굴을 맞댄 호혜경제’로 바꾸어야 한다 는데 동의해야 한다. 성장, 발전, 진보, 세계화를 다시 정의하여야 하며, 그 방향은 절 대 다수인 서민의 행복이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해야 한다.
5. 현재의 광주전남의 지역경제시스템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 현재의 지역경제경제시스템은 작은 규모의 전남농촌사회 혹은 작은 공동체의 지속적 파괴에 기반하고 있다.
- 전환의 핵심은 지역공동체, 즉 광주전남의 상생 즉 소규모의 기초자치단체와 중소규모 의 도시가 함께 생존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를 건설하는 데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 다.
- 또한 이러한 탈중심화된 지역공동체는 자연과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자연세 계의 현실과 그 다양성에 반응할 수 있도록 긴밀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 생명은 다양성이다.
식물, 씨앗, 곤충, 동물들 모두가 변화하고 움직이는 하나하나가 유일무이한 존재이다. 이러한 살아있는 세계에 반응하기 위해서는 자연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변화된 지속가능한 행복공동체를 꿈꾸는 광주는 전남의 농촌사회를 존중하는 것이 무 엇보다 중요하다.
- 자본과 이에 유착된 권력은 도시화가 초래하는 문제나 농업 및 농촌사회를 지 원해야 할 필요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역주민의 지속가능한 행복을 책임져야 할 민주적인 지방정부는 반드시 이 문제를 다루고 가야 한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소비자와 생산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일 이다. 광주전남 지역경제블록의 강화가 우리의 살길이다.
6. 지금의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모든 지식과 정보, 다시 말해 학교, 대학사회, 과학계,
대중매체 등에서 나오는 모든 지식과 정보들이 점점 더 전문화·상업화되고 있다는 사실 을 주목해야 한다.
- 따라서 우리는 좀 더 전일적인 지식, 전체적이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상호연결된 관계를 인식할 수 있는 지식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습이 중요하다.
- 더불어 또하나 중요한 것은 과학, 대중매체 나아가 학교의 기업적 통제를 벗어나는 것 이다.
- 우리는 개인적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대안적인 출처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 가장 중요한 활동은 우리자신을 교육하는 것이며 우리가 배운 것을 다른 이에게 전달 하는 것이다 : 10명의 친구가 모여 정보를 취합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다른 이에 게 그것을 전달하는 일, 비디오를 같이 보고 책을 같이 읽는 지역공부모임을 만드는 일 등, 가장 좋은 교육의 방법은 공동체 차원, 그룹 차원에서 함께하는 것이다. 이런 활동은 우리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줄 것이다. 친구와 함께하는 즐거움, 공부뿐만 아니 라 함께 노래하고 함께 먹을 것을 나누어 먹는 즐거움도 가져다줄 것이다. 학습공동체 가 또 하나의 나아갈 길이다.
- 개인적인 차원에서, 우리는 또한 세계경제의 압박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벗어나게 해 주는 행동을 취해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행동 중의 하나는 우리 내면의 평화 와 행복을 북돋우는 일이다(예를들면 명상과 노래부르기). 우리가 희망섞인 이여기를 할 수 있는 것은 광주전남은 이미 이러한 문화적 토양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 한 활동은 오늘날 점점더 분석적인 방식으로 너무나 힘들게 경쟁하고 일하며 기능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정신적 불행의 상당 부분이 육체적 움직임의 결여에 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어린아이들이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법을 익히 기 시작할 때 단순히 움직임만으로 그들의 마음의 평화와 행복이 자라나고 폭력성이 감소하게 된다. 움직임을 통해서 폭력성과 침울함이 다함께 감소한다. 우리의 몸을 움 직이려고 애쓰는 것은 중요하다
7. 우리들 스스로가 습관으로 부터 벗어나기 위해 인위적인 소비문화를 거둬내야 한다.
- 이러한 소비문화의 확장은 지배적 시스템이 작동하고 지탱하는 방식의 중요한 한 측 면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 소비문화는 자기 자신을 부정하도록 만들고 있다.
- 우리는 의식적으로 지역중심의 생활문화를 재구성해야 한다. 생동감 있는, 얼굴과 얼 굴을 맞대고 살아가는 일상의 문화를 촉진하기 위해서 우리가 사는 공동체를 재구성하 고, 이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우리 자녀들의 역할모델로 삼도록 해야 한 다. 이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문화와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데 정말로 중요한 일이다.
- 이웃들과 지역공동체를 건설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연과 동물, 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의 일부라는 의식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 의 아이들이 자연세계와의 결합 즉, 우리가 생명, 우주에 속한다는 의식을 갖게 해주 는 심원한 결합을 느끼도록 장려하는 일이다. (어린이들은 문화의 '약한 연결고리')
이러한 일은 우리의 안녕과 행복에 근본적으로 중요하다.
-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경제를 재건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여기에는 지역통화, 물 물교환, 지역식품시스템(local food system), 생산자들과의 연대로서의 도시 농어민시 장 등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또다른 매우 전일적이고 의미있는 공동체 차원의 노력은
생태마을, 생태공동체를 창조하는 일이다.
- 현재의 경제-생산시스템을 분산시켜서, 먼 거리의 수출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역의 요 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생산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공동체라는 천(fabric)을 다 시 짜는 일이며 지속가능한 생태주의적 경제시스템을 건설하는 일이다.
8. 우리는 개인적, 공동체적 차원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국가적·국제적 차원에서 어떤 종류 의 변화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합의점을 만들어야 한다.
9. 에너지 정책은 보다 건강하고 생태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데 중심적이다.
- 재생가능 에너지 기술은 재생가능 에너지에 기반한 탈중심화된 경제를 위해서 필수적 이다.
- 현재 과세·보조금 정책은 인간의 노동력 대신에 에너지와 기술을 더 사용하도록 모든 기업에 장려하고 있다. 이러한 관계를 뒤집는 것은, 즉 더 많은 인간노동의 사용과 더 적은 에너지 사용을 장려하는 것이며 이는 현실 경제의 외형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10. 우리가 우리의 식량과 농사일을 지키기 위해서 소비자와 도시의 활동가들이 손을 잡아 야 한다. 그리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단축시키고 소농다작(多作)을 증진시켜야 한다.
- 자원의 희소화는 인위적으로 가속화 되고 있다.
- 만약 경제시스템이 우리가 이러한 자연세계의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우리는 보다 알맞은 가격에 훨씬 더 많은 먹을거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일자리와 자원의 인위적 통제가 희소성을 만들어낸다.
- 동시에 사람들이 대도시로 내몰림에 따라, 매일 밤 굶주림에 허덕인다고 하더라도, 자 신의 땅에서 나는 신선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농촌마을에 머무는 것보다 더 많은 자 원을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11. 지금 가장 큰 이슈는 우리가 더 의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덜 의존적인 방 향으로 나아가느냐 하는 것이다.
- 개인이든 공동체든 정치 영역이든 우리가 자연과 공동체 그리고 개인의 안녕을 일치시 키는 일을 한다면 뼈아픈 성찰을 바탕으로 한 광주전남지역의 재구성 운동은 미래를 보 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2008년 봄과 여름 사이에 광주전남행복발전소가 주최한 만민공동회에서 발표한 글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