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문화곳간
김준 사진전 - 소금밭에 머물다
흰그늘
2008. 9. 22. 10:12
소금이 온다 | ||||||||||||||||||||
김준 사진전 <소금밭에 머물다> 9월26일까지 신안 증도 '소금박물관'에서 | ||||||||||||||||||||
갯살림에 빠져 살기를 17년, 그 중 8년을 소금과 함께 한 이가 있다.
첫소금 땅기운이 오르고 바람이 순해지면 어김없이 소금이 온다. 2008년 3월28일, 첫소금을 거두었다. 특별한 소금이다. 지난해 소금과 다를 바 없지만 이번 소금은 식탁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신분이 달라졌다. 광물에서 식품으로. 100년 만이다. 소금 신분도 달라졌으니 소금을 거두는 사람들도 어깨 좀 펴려나.-신안 증도
예술 그녀가 하는 삽질은 예술이다. 그녀의 삽질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삶이 그녀를 삽질의 달인으로 만들었다. 익숙한 솜씨로 머슴밥 담듯 외발수레에 소금을 쌓았다. 저울로 잰 듯 똑같다. 외발손수레에 실린 소금은 눈물을 흘린다. 바다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서일까.-영광 백수
소금을 거둔다 소금꽃이 가라앉았다. 고무래를 든 염부 둘이 대패질을 시작했다. 결정지에 가라앉은 소금을 걷는 일을 대패질이라 한다. 소금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거둔다. 하늘이 주신 선물을 감사하게 받는다는 의미리라. 고무래가 지나자 소금이 쌓이고 물이 달아난다.-신안 증도
소금이 온다 소금이 온다. 바다 속에 잠들어 있는 소금을 불러낸 것은 인간이 아니다. 햇볕이고 바람이다. 햇볕이 만들고 바람이 가져온 것이다. 인간은 소금을 받을 뿐이다. 소금을 먹는 인간은 자연이 된다. 자연은 병이 들면 스스로 치료한다. 자연이 주는 소금을 먹는 인간도 그렇다. 그래서 소금은 자연이고 약이다.-신안 증도
간을 본다 음식은 간이 맞아야 한다. 음식만이 아니다. 사람들도 간이 맞아야 한다. 이를 궁합이라 하던가. 소금을 함께 먹은 사람은 친구다. 어머니 간에 맞춰진 사람들을 가족이라 부른다. “언제 식사 한번 하시죠.” 간을 맞추자는 이야기다. 밥상머리에서 맞추는 간, 그게 소금 맛이다.-영광 백수
벌막고사 가마에 바닷물을 넣고 증발시켜 소금을 얻었던 시절이었다. 첫소금을 내던 음력 삼월 중순이면 벌막터에 상을 차리고 고사를 지냈다. 염부들이 모여 서해바다 용왕님과 소금신에게 풍염을 빌었다. 고된 소금밭 일을 앞두고 염벗주인도, 염한이도 모두 음복을 하며 다구질노래, 마람장 엮는 노래, 두레질 노래를 부르며 한바탕 놀이를 벌였다.-충남 태안
소금과 인간 산기가 있으면 소금과 정화수를 떠놓고 순산을 빌었다. 아이는 어른이 될 때까지 평생 소금을 먹고살았다. 궂은 일이 생기면 소금을 뿌렸다. 집안에 소금을 쌓아두면 액을 막고 부를 가져온다고 했다. 죽음을 맞은 시신의 배꼽에도 소금을 놓아두고 사자상에도 소금을 올렸다. 소금이 없는 인간의 삶은 없다.-신안 증도
염부의 시간 소금을 짓는 사람은 자연의 시간에 맞춰 살아야 한다. 달이 주고 해가 주는 시간에 일어나고 자야 한다. 욕심을 부린다고 소금이 오는 것이 아니다. 달이 주는 시간에 물을 받고, 하늘이 주는 빛에 맡겨 소금을 얻는다. 여기에 염부의 땀방울이 더해져 간을 맞춘다.-부안
햇빛 소금밭이 햇빛을 삼켰다. 소금이 오기 시작한다. 염전을 배회하던 소금이 제풀에 지쳐간다. 하나 둘 알갱이들이 만나 서로를 얼싸 안고 바닥에 자리를 잡는다. 이제 고무래를 들어야 한다. 염부의 땀을 먹은 소금이 진짜 소금이다.-신안 증도
소금창고 하얀 소금을 가득 실은 외발수레가 빛을 타고 들어온다. 어둡고 눅눅한 창고에 하얀 소금이 쌓인다. 소금창고는 바다와 소금이 이별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눈물을 흘린다. 친구처럼, 애인처럼, 부부처럼 수천 년을 지냈다. 태초의 아픔을 안고 창고에서 소금은 바다를 떠나 보낸다. 아니 바다가 소금을 떠나 보낸다.-영광 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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